국산 결핵백신 탄생하나···국내 겨냥하는 GC녹십자, 해외 노리는 큐라티스
GC녹십자·큐라티스, 결핵백신 2025년 상용화 목표 결핵백신 해외 의존도 줄일까···업계 기대감↑ "감기처럼 쉽게 걸리는 병이 아니라 임상 오래 걸릴 것"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GC녹십자와 큐라티스가 결핵백신 상용화에 나섰다. 양사는 2025년 품목 허가를 목표하는 가운데 GC녹십자는 영유아 대상의 국내 공급을, 큐라티스는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글로벌 공급을 계획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큐라티스는 장년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 중인 결핵백신에 대한 2a상 임상시험 IND(임상시험계획)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신청했다. GC녹십자는 영유아 결핵백신 국내 임상 3상을 끝내고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결핵은 폐와 신장, 신경 등이 결핵균에 감염되면 발생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세계결핵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21년 약 1060만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는 약 160만명에 달한다. WHO의 ‘결핵백신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및 성인 약 46억명에 대한 결핵백신 투자가치는 3720억달러(약 500조원)로 추산된다. 한국 역시 BCG 접종률이 98.5%로 높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6년째 결핵 발생률 1위와 사망률 3위를 기록했다.
GC녹십자는 결핵백신 임상을 6년 만에 마치고 식약처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GC녹십자는 영유아 시기에 맞는 결핵백신 ‘GC3107A’를 개발 중이다. GC3107A는 결핵을 예방할 수 있는 BCG 백신이다. BCG 백신은 생후 1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접종을 권고하는 필수의약품이다.
국내 피내용 BCG 백신은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 공급되는 피내용 BCG 백신은 덴마크 제약기업인 AJ에서 생산된다. 수입국 현지 상황에 따라 생산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0년 이전부터 BCG 백신에 대한 국산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해 GC녹십자가 지원 대상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GC녹십자에 따르면 GC3107A의 임상 3상은 완료된 상태다. 다만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임상시험 환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올해로 예정됐던 허가 일정이 미뤄졌다. 회사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결핵 퇴치 2030계획’의 추진 일정 종료일을 2023년 5월 31일에서 2025년 3월 31일으로 약 2년가량 연기했다.
GC녹십자는 “개발 계획을 올해까지로 미뤘고 임상은 모두 완료했으나 전체적인 일정이 미뤄지면서 허가 신청 준비에 있다”고 설명했다.
영유아 대상 결핵백신을 개발하는 GC녹십자와 달리, 큐라티스는 성인용 결핵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BCG 백신은 접종 후 10년이 지나면 효과가 없어진다. 큐라티스가 개발하고 있는 결핵백신 ‘QTP101’은 BCG 접종 10년 후 면역력이 감소한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백신이다. BCG 백신 접종 이후 부스터샷으로 사용된다. 현재 성인용 결핵백신을 개발 중인 곳은 큐라티스를 포함해 영국과 덴마크 소재 기업 등 총 3곳 정도로 알려진다.
큐라티스는 지난해 7월부터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QTP101의 다국가 2b·3상을 진행 중이다. 큐라티스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다국가 임상시험을 수행한 후 2025년 품목 허가를 목표하고 있다. 지난달엔 장년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식약처에 2a상 임상시험 IND를 신청했다. 장년과 노년층에도 QTP101이 결핵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BCG 백신과 마찬가지로 QTP101의 결핵 예방 효과는 약 10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3상은 국내를 비롯해 동남아 5개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큐라티스는 QTP101 다국가 임상이 마무리되면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5개 국가 진출에 나설 방침이다.
큐라티스는 “QTP101는 BCG 접종 후 부스터샷으로 개발 중”이라며 “결핵 환자가 많은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결핵백신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결핵백신 국산화 가능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결핵백신 생산능력이 갖춰지면 해외 백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면역학적인 검사 결과만으로 결핵백신 효과를 입증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 임상 환자에게서 결핵 발병이 줄어든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결핵 항체가 생겼다는 것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험자들에게 결핵 발병률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을 통계학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허가가 쉽지 않다”며 “BCG 백신은 기존에 개발된 백신이 있어 비교적 개발이 수월할 수는 있으나 국내 신생아 출생률이 매우 줄어듦에 따라 시장 규모가 점점 작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아직 전 세계적으로 결핵으로 인한 사망 건수가 높다”며 “아프리카와 동남아 위주로 결핵백신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핵균은 항원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해 백신 개발이 어려운 질병으로 꼽힌다”며 “결핵이 감기처럼 쉽게 걸리는 병이 아니고 만성 감염병이기 때문에 대규모로 임상을 진행해야 해 비용적인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