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내 첫 공식 '디즈니 스토어', 팝업스토어와 달라진 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디즈니 스토어 1호점 오픈···디즈니팬·2030세대로 매장 '북적' 디즈니 스토어 공식 상품 300여종 선봬···"해외 보다 못해···재방문 의사 없어" 혹평도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국내 첫 공식 디즈니 스토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상품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국내 첫 디즈니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손잡고 판교점 5층에 264㎡(80평) 규모로 선보인 한국 공식 디즈니 스토어 1호점은 이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날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전 10시 30분 개장과 동시에 5층 디즈니 팝업스토어로 사람이 몰렸다. 개점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매장은 수십명의 고객들로 가득찼다. 디즈니 캐릭터 가방을 메고 온 '디즈니팬'부터 친구와 함께 온 2030세대 고객,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님 등 다양한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매장을 방문한 고객수는 지난 4월 '디즈니 10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 오픈 당시 고객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오픈과 함께 매장에 들어선 여성 고객은 "9시 50분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백화점 오픈까지 기다렸다. 5층 디즈니 스토어에 도착했을 때 이미 10명 정도 (손님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디즈니 스토어 1호점 오픈에 앞서 지난 4월 18일부터 6월 29일까지 '디즈니 10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를 연 바 있다. 이번 1호점은 기존 팝업스토어 위치에 상품과 인테리어를 보완해 재탄생했다.
팝업스토어에서 디즈니 스토어로 변화하며 가장 달라진 것은 상품이다. 기존 팝업스토어에서는 디즈니 라이선스 상품만을 선보였다면, 이번 팝업스토어에는 그간 국내 유통되지 않아 해외 디즈니랜드, 디즈니 스토어에서나 볼 수 있던 디즈니 스토어 공식 상품 300여종을 들여왔다.
이날 디즈니 스토어에서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완구와 라이프스타일 상품, 수집 용품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고객들은 캐릭터 미키마우스 모양으로 뚫린 빨간 바구니를 들고 인형, 피규어 등 다양한 상품을 들어보고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1호점에 방문한 30대 고객은 "인스타그램에서 디즈니 스토어 1호점에 한국에서 보기 힘들던 디즈니 조명이 들어온다는 것을 보고 찾아왔다"며 "영등포에서 열렸던 디즈니 팝업스토어에도 가봤는데, 팝업스토어보다는 확실히 (상품) 종류가 다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혹평도 있었다. 일부 고객들은 이전 팝업스토어보다는 상품이 많지만, 공식 디즈니 스토어 '1호점'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품 다양성이 떨어지고, 체감 가격이 높다는 의견이다.
디즈니 캐릭터를 좋아해 일본 등 해외 디즈니 스토어에 자주 방문한다는 한 고객은 "기본적인 상품들만 있는 거 같다. 해외 디즈니 스토어와 비교해 캐릭터가 많이 없는 편"이라며 "팝업스토어보다는 낫지만 1호점 치고는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라며 재방문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11시경 매장을 방문한 20대 고객은 "기대했던 키링, 뱃지, 오너먼트 등은 거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향후 재방문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온라인으로 디즈니 스토어 방문 후기를 찾아보고 원하는 제품이 있다면 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두 번 찾진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상품 가격이 비싸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고객들은 "공식 스토어면 상품 가격이 해외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훨씬 비싼 것 같다", "해외 디즈니 스토어에서는 할인 행사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상품 가격은 해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호점 오픈 기념 이벤트로는 현장 구매 고객 대상 h포인트 더블 적립,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 제공과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이 디즈니 스토어를 들인 것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을 백화점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온라인 소비가 확대되며 고객들이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을 찾을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디즈니 스토어를 통해 2030세대 고객을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030세대에 인기가 많은 판교점을 1호점 매장으로 고른 것도 이러한 이유과 연관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더현대 서울·천호점·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등에 총 3개 매장을 추가로 열고, 내년까지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디즈니와의 협업 발표 당시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현대백화점의 의지와 한국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자 하는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긴 시간 논의와 노력 끝에 국내에 디즈니 스토어를 들여오게 됐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미래형 리테일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방문 고객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디즈니 스토어는 현대백화점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지난 달까지 열린 디즈니 100주년 팝업스토어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 100주년 팝업스토어는 오픈 초반 고객이 모이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특색있는 상품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호점과 앞으로 열 디즈니 스토어 3곳에 공급할 상품을 디즈니로부터 구매하는 사이클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까지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확보했다"며 "유통업계에서 캐릭터 인기가 높은데 현대백화점은 디즈니를 통해 차별화 포인트를 마련하고 경쟁에 선제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