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파운틴헤드, KDB생명 인수전 다크호스 될까
보험업 전문성 강점···KDB생명 체질 변화에 유리 금융지주 투자 이끌어내 KDB생명 품에 안을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치열해지는 KDB생명 인수전에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 파운틴헤드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파운틴헤드는 보험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구성된 집단이다. 보험업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받는다면 금융지주의 투자를 받아 KDB생명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단 예상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KDB생명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KDB생명 지분 92.7%로 주관사는 삼일PwC다. 이는 과거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할 때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 설립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 PEF)가 보유한 지분 전량이다.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파운틴헤드 프라이빗에쿼티(PE)와 WWG자산운용, 캑터스PE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이다.
이번 인수전에서 승부를 가를 관건은 ‘금융지주’의 참여 여부다. 금융지주와 손을 잡는 사모펀드가 결국 KDB생명을 품에 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지주는 KDB생명을 직접 인수하기엔 부담이 크다.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가 설정한 펀드에 투자를 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금융지주가 투자하면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데 유리하다. 산업은행은 이를 고려해 금융지주와 협력하는 사모펀드에 KDB생명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인수전에서 금융지주와 손을 잡기 위해 사모펀드 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KDB생명에 관심을 보이는 곳으론 하나금융지주가 거론된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보험 부문을 강화할 여지가 많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나금융이 향후 KDB생명을 직접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병하면 중형급 이상 규모의 생보사를 보유하게 된다. 이와 함께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도 인수전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군 중 유일하게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파운틴헤드가 가진 강점은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다. 수장인 신승현 대표의 경우 보헙업을 포함해 금융업 전반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를 추진할 당시 대표이사로 내정됐던 인사로 KDB생명에 대해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더구나 그는 지난 2022년 MG손보의 경영총괄 사장으로 임명된 바 있어 손보업 사정에도 밝다.
현재 금융지주는 아직도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KDB생명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만약 KDB생명의 상황이 더 악화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다면 사모펀드 투자로 인한 대규모 손실도 볼 수 있다. 당초 이날로 예정돼 있던 본입찰이 2~3주 미뤄진 것도 금융지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산업은행이 인수 독려 차원에서 시간을 더 두기로 한 것이란 설명이다.
KDB생명은 그간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에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물론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금융지주가 직접 인수하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경영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힘겨운 작업이 될 것이란 평가다. 파운틴헤드가 보험업 전문성을 충분히 어필한다면 금융지주와 손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사모펀드도 기업 지분 투자 및 인수합병(M&A) 관련 능력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기에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도 많다. 더구나 캑터스PE는 산업은행과 관계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캑터스는 지난 2020년 산업은행에서 기업 투자 업무를 담당하던 박창우 부부장을 임원으로 영입한 바 있다. 또 한 해 전에는 산은PE, 미래에셋벤처투자 PE본부와 손잡고 공동 운용사(CO-GP)로 나서 하나투어의 해외 투자를 지원하는 펀드도 준비한 경험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 의향을 보인 세 곳의 사모펀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능력을 갖춘 곳들이다”라며 “본입찰 직전까지 금융지주와 손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