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복귀’···치킨 길 걷던 교촌의 이유있는 변화
교촌에프앤비, 매출 기준 치킨업계 1위 타이틀 bhc에 뺏겨 소비자 접점 일환···교촌, 이례적으로 소스 내세운 볶음면 출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교촌에프앤비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지난해 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교촌은 새 전략으로 ‘해외 사업 확대’와 ‘소스 시장 공략’ 등을 내세웠다. 그간 신사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교촌은 ‘교촌=치킨’ 공식을 깨고 볶음면 시장에 진출했다. 교촌은 기존 회사 방침을 그대로 고수하는 동시에 미래 사업으로 꼽은 소스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촌에프앤비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볶음면 시장에 진출했다. 교촌이 치킨 이외의 메뉴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촌은 볶음면 신제품 ‘교촌 시크릿 볶음면’을 11번가를 통해 판매 시작했다. 해당 제품은 교촌치킨 시그니처 메뉴의 비법 소스로, 일명 ‘맵단짠(맵고, 달고, 짜고)’을 강조한 용기면이다.
현재 볶음면 시장은 식품 기업들이 저변을 넓혀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짜파게티와 신라면 볶음면을,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오뚜기는 진짜장·크림진짬뽕·참깨라면볶음면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교촌의 교촌 시크릿 볶음면 가격은 개당 2300원으로, 비슷한 라인인 불닭볶음면과 비교해 소폭 높다.
식품업계에서는 교촌이 볶음면을 출시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교촌이 수익구조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4월부터 치킨값을 최대 3000원 올렸다가 소비자 반발로 역풍을 맞고 있다. 따라서 교촌이 볶음면을 출시한 배경에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30여년간 교촌이 해온 비법 소스를 면 제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020년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가정간편식(HMR) 등 신성장동력 확보, 해외시장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교촌은 당시 지속 성장을 위해 ▲가맹사업 확장 및 상권 맞춤형 매장 개발 ▲HMR 등 신성장동력 확보 ▲해외시장 공략 본격화 ▲초격차 R&D 기술력 확보 등에 주력한다고 했다.
특히 교촌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 ‘교촌필방’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도 열었다. 교촌필방 오픈 당시 교촌은 “소비자들이 교촌치킨이 붓으로 소스를 바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해당 공간을 교촌필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교촌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자사 제품을 알리기 위해 이태원에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식품업계는 교촌치킨 변화에 권 회장 의지가 그대로 담겼다고 주장한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경쟁 심화로 교촌은 몇 년째 신사업 육성에 고민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권 회장은 2019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12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신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대내외적 경영 위기가 심화되자 권 회장은 교촌이 위기를 맞았다고 판단해 회장직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교촌에프앤비의 재무제표를 보면,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매출 4989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해 그간 치킨업계 1위 타이틀을 bhc에게 뺏겼다. bhc는 지난해 매출 5075억원, 영업이익 1418억원으로 집계됐다.
권 회장은 글로벌 영토 확장, 소스사업 강화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그간 교촌은 ‘소스’를 장점으로 내세웠던 만큼, 교촌만의 레드소스·간장마늘소스·허니소스 등 32년간 해온 소스 노하우를 미래 핵심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소스 기술들이 좋은 편이라 교촌이 잘하는 영역을 확대해 미래 먹거리를 찾은 것이 볶음면이 아닐까 싶다”면서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치킨 사업이 치열하다보니 기업 안정성,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한 신사업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교촌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소스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