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시공 넘어 디벨로퍼로”···데이터센터에 진심인 건설사들

SK에코플랜트·GS건설 , 데이터센터 개발부터 EPC까지 수행 챗GTP 등 데이터 저장·처리 수요 급증으로 중요성 부각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5.9%씩 성장 관측도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변수

2023-06-28     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 저장·보안시설이다. 최근 챗 GTP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세에 따라 데이터 저장·처리를 위한 수요 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에서 탈피해 데이터센터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직접 개발에 나서는 등 새 먹거리 선점에 나선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플랫폼 기업 ‘디지털엣지’와 손잡고 인천 부평구 청천동 국가산업단지 내 국내 최대 규모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데이터센터는 120메가와트(MW)급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1㎿는 100와트(W) 백열전구 1만개를 동시에 켤 수 있는 전력량이다. 사업비는 1조원 이상 투입될 전망이다. 디지털엣지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중국·인도·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6개 국에서 데이터센터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디지털엣지는 지난해 사업추진을 공식화하고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양사의 지분율은 각각 49대 51이다. 사업은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1차 사업은 올해 1월 착공했다. 이어 최근 약 4400억원 규모 PF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근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를 조달하지 못해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무산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를 앞세워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인천 부평 데이터센터 조감도 /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 보유한 데이터센터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에 개발·운영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사업은 안정적 전력공급과 통신연결, 냉각설비, 보안시스템 등이 요구돼 일반 건설사업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다. 회사는 2020년 스마트데이터센터 사업그룹을 신설해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해 왔다.

GS건설 역시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에 발을 내디뎠다. 영국계 사모펀드 액티스(Actis), 파빌리온자산운용과 함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일원 부지(6644㎡)에 지하 3층~지하 9층 규모 데이터센터를 조성 중이다. 단순 시공을 넘어 지분 투자를 통해 개발에 참여했다. 2021년엔 데이터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했다. 디씨브릿지를 통해 사업 개발과 시공은 물론 영업·운영에 이르는 전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강남데이터센터(GDC)·오피스’ 기공식을 개최했다. GDC는 지상 9층 짜리 데이터센터 1개 동과 오피스 2개 동을 건축하는 공사로 3180억원 규모다. 대형 데이터센터 공급이 없던 강남권역에 들어서는 유일한 데이터센터다. 대우건설은 GDC를 필두로 경기 용인 지역에 추가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도 데이터센터 시공을 맡으며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지난 8일 GDC & 오피스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사진=대우건설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에 공을 들이는 건 앞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챗GPT 등 생성형 AI가 급성장하면서 데이터 공급의 중요성과 클라우드 서비스 증가로 데이터센터 건립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5조원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5.9%씩 성장할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시장 확대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며 “초거대 AI는 막대한 반도체칩이 있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 입장에선 기존 주력인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데이터센터와 같은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가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과 NHN, 경남도, 김해시 등이 공동 추진 중인 NHN김해데이터센터 건립 공사는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HDC현산과 NHN은 최근 김해시에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주요 원인은 협약 당시 계획한 투자금액보다 높아진 공사비와 사업성 악화 등이었다.

또한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막대한 규모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특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등 부정적 평가가 확산하면서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2019년엔 네이버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경기 용인에 추진하던 데이터센터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