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회장 자사주 매입 ‘시동’···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언제쯤
손태승 전 회장, 자사주 매입에 가장 적극적 낮은 주가, 적은 자본비율···"CEO도 나서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그룹 지휘봉을 잡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도 시선이 쏠린다. 임 회장도 올해 그룹 수장 자리에 올랐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이후부터 줄곧 주가 부진이 이어졌다. 더구나 손태승 전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섰던 만큼 임 회장도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최근 약 1억7000만원 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번 매입으로 진 회장이 보유한 신한금융 주식은 기존 1만 3937주에서 1만8937주로 늘었다. 올해 그룹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자사주 매입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은 보통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임 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리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CEO가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곳이기 때문이다. 손 전 회장은 지주사 출범 이후 꾸준히 사들여 총 11만8127주를 보유했다. 지난해 7월 말 종가 기준으로도 손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 가치는 14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았다.
우리금융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출범 직후인 지난 2019년 2월 13일만 해도 1만53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하락세를 그리더니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20년 3월엔 6320원까지 하락했다. 물론 지난해 4월 사실상 완전민영화가 이뤄지면서 1만6350원까지 올랐지만 이내 다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우리금융의 주가는 올해도 눈에 띄는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올해 1월 실적발표 시즌에 잠시 1만3500원대를 기록했을 뿐 이내 하락해 최근엔 1만2000선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이에 우리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29배로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칙적으론 PBR이 낮은 곳은 주가가 저평가돼 투자 매력이 높은 곳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PBR이 좀처럼 0.3배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물론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지주사 재출범 후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나머지 금융지주들도 대규모 자사수 매입·소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은 올해 각각 30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자본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어 주주환원 정책에서 앞서 나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3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2.1%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그간 줄곧 10~11% 수준을 기록하다 올해 1분기에서야 12%선으로 올라섰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자본건전성 규제를 강화(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 시행)한 점도 부담이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란 주가 반등을 위한 '카드'가 있긴 하다. 올해 초 유안타증권을 인수가 임박했다는 소식 하나 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더구나 임 회장이 과거 NH금융지주 회장일 당시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경험이 있기에 기대감은 커진 분위기다.
문제는 임 회장의 능력을 고려하더라도 사들일 만한 증권사 매물이 워낙 없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그간 꾸준히 증권사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증권사 몸값이 워낙 올라 인수 가능한 곳을 찾지 못했다. 손 전 회장처럼 임 회장도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부양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기에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는 시장에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라며 “CEO의 자사주 매입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