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깃은 췌장암’···젬백스의 GV1001 적응증 발굴 노력 통할까
PSP 치료제로 GV1001 임상 2상 첫 환자 등록했다고 밝혀 전립선비대증, 알츠하이머, 항암제 등 연구···상용화는 아직 "췌장암 3상서 통계적 차이 입증···연내 품목허가 신청 계획"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젬백스앤카엘이 GV1001의 적응증 확장에 나선다. 최초 타깃 적응증이었던 췌장암 치료제로도 연내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GV1001의 상업화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젬백스앤카엘이 진행성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 치료제 ‘GV1001’ 임상 2상의 첫 환자를 등록했다. PSP는 비전형 파킨슨증후군으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장애가 심하게 나타난다.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임상 2상은 보라매병원을 비롯해 서울대·삼성서울·분당서울대·경희대 병원에서 진행된다. 첫 환자 등록은 보라매병원에서 완료됐다. 임상 2상에서는 PSP 환자 75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GV1001 0.56mg 또는 1.12mg을 피하투여해, 질환의 중증도 개선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젬백스는 알츠하이머 2상 결과를 바탕으로 GV1001이 PSP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전임상을 진행했다. 젬백스의 국내 알츠하이머 임상 2상은 2019년 9월 종료됐다. 국내 12개 의료기관에서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일차 평가변수인 중증장애점수(SIB)의 월등한 개선 효과(7.1점) 및 이차 평가변수인 신경정신행동검사(NPI)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PSP 전임상에서도 GV1001이 운동능력과 공간인지 능력 회복, 타우 단백질 손상 억제 등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효능을 보였다고 젬백스 측은 설명했다. PSP 환자의 뇌 면역 환경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GV1001(성분명 테르토모타이드염산염)은 1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다. 이는 염색체 말단에서 유전물질의 손상을 막는 DNA-단백질 구조체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물질이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을 할 때마다 짧아지며, 텔로미어가 없을 경우 세포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된다. 텔로머라제는 텔로미어가 세포분열 등에 의해 짧아지는 현상을 억제한다. 텔로머라제의 다양한 기능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현되는 다중기전 약물이 GV1001이다.
GV1001은 젬백스앤카엘의 자체 기술은 아니다. 2008년 젬백스앤카엘의 전신인 카엘이 노르웨이 신약 회사인 젬백스를 우리돈 100여억 원에 인수할 때 확보한 것이다. 이듬해 회사명을 카엘에서 젬백스앤카엘로 변경한 후 GV1001이 항암·항염·항산화 등 체내 다중기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암과 노인성 질환 적응증을 발굴했다.
최초 타깃 적응증은 췌장암이었다. 카엘은 GV1001이 임상에서 췌장암·간암·폐암 등에서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3년 6월 영국에서 진행하던 췌장암 임상 3상에서 생존 기간이 연장되었다는 통계적인 유의성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젬백스 측은 임상이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젬백스는 GV1001 상용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췌장암 치료 병용요법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2014년 9월 15일 췌장암 적응증으로 국산 신약 21호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조건부 허가 후 당시 젬백스앤카엘의 관계사인 삼성제약이 ‘리아백스’란 제품명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시판 후 2020년 3월 13일까지 임상 3상 결과보고서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때 맞추지 못했다. 결국 2020년 5월 리아백스는 조건부 허가가 취소됐다.
다만 GV1001을 이용해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추가 발굴 시도가 지속됐다. 항암·항염·항산화 등 GV1001의 확인된 다중기전 효과와 안전성을 근거로 여러 암질환 및 노인성 질환 등에 대한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젬백스가 GV1001로 개발 중인 치료제는 ▲전립선비대증 ▲알츠하이머병 ▲노인성 질환 ▲만성 염증 관련 질환 ▲면역항암 치료제 등이다.
전립선비대증은 국내 임상 3상이 완료됐고, 알츠하이머병은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한 후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임상 3상도 지난해 1월 승인됐으며, 오는 2024년 10월에 마무리된다는 설명이다. 전립선암도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했다. 다만 상용화 단계는 아직이다.
젬백스 관계자는 “전립선비대증 국내 3상 임상시험은 현재 임상시험결과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국내 실시권은 삼성제약에 기술이전 했다”라며 “삼성제약이 현재 프로토콜 변경 승인을 요청한 상태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췌장암 치료제는 연내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췌장암 치료제 국내 3상 임상시험은 2020년 완료해, 대조군 대비 생존 중간값(median OS)과 종양 진행까지의 시간(TTP)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했다”라며 “연내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