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개미, 투자 성공할까···증권가선 ‘강세 지속’ 전망
엔저 심화된 이후 일본 주식 결제 금액 급증 엔화 약세 지속 가능성에 일본 투자 유망 평가 단기 급등 부담,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우려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엔저(低)’ 바람을 타고 이른바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의 긴축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대체로 자산 가격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선호주로는 반도체를 비롯한 IT(정보통신기술), 리오프닝(경기재개) 및 주주친화정책 관련주 등을 꼽고 있는 모습이다.
◇ 엔저 속 일본 직투 열풍···일본 증시 긍정적 전망도 ‘눈길’
21일 한국예탁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엔화의 약세가 깊어지기 시작한 올해 2분기 이후 일본주식 결제(매수+매도) 금액은 7억9753만달러(1조30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억2654만달러(5512억원) 대비 87% 가까이 급증했다. 순매수 결제는 지난해 2분기 -2640만달러(341억원)였지만 올해엔 7509만달러(970억원)였다.
이는 그만큼 일본 주식 투자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올 들어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시세 차익과 환 차익을 거두려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었다. 원·엔 환율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100엔당 911.67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초만 하더라도 원·엔 환율은 1000원 수준이었다. 이달 19일 장중에는 2015년 이후 8년 만에 100엔당 8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자산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엔저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일본에 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는 올해 초 25834.93에 출발해 이달 20일 33388.91까지 29.2%가량 상승하며 이미 강세장에 돌입한 상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증설하는 것은 망설였지만 일본 구마모토에는 자처해서 10조원 규모의 신규 팹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본은 반도체 소재, 기계와 로봇, 상사 등 산업재 전반에서는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는 점에서 일본이 신냉전 구도의 수혜국으로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역시 일본 증시가 추가적인 외국인 매수세를 유인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에서 결국 이루지 못했던 인플레이션 2%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시다노믹스의 주주환원 강화는 투자 매력 상승으로, 강력한 임금 인상 정책은 소비 잠재력 증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 기업 실적 개선과 직결된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 유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 일본 주식 투자 전략은?···과도한 기대 금물 지적도
일본 직투족이 늘어나면서 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실적 가시성이 높은 반도체와 리오프닝(경기재개)주, 성장성이 높은 전기차나 스마트팩토리 관련주 등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주주친화정책 관련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투자 제안 업종으로 우선 반도체를 꼽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반도체 강국 부활의 꿈’에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차량용 반도체 강자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60년 역사의 글로벌 톱티어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 이미지 센서 글로벌 1위 기업인 ‘소니그룹’을 제안했다.
이밖에 EV(전기차)용 구동장치를 제조하는 ‘니덱’,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패션 그룹 ‘패스트리테일링’,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제조사인 ‘무라타제작소’,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하는 ‘키엔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한 것으로도 알려진 종합상사 ‘이토추상사’ 등도 투자 제안주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일본 증시 투자 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최근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요인들을 되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글로벌 업황 개선 기대감이 감도는 IT 및 반도체, 일본 투자자 유입 증가로 연결됐던 친기업·친주주 정책 수혜주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리오프닝 관련주 역시 선호주로 제시되고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엔화 가치 하락에 일본 여행객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리오프닝 관련 산업 중에서도 여행과 관련된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다. 코로나19에도 객실 수를 줄이지 않았던 숙박 관련 상장사들의 이익 개선세가 뚜렷할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일본 증시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 올해 말로 갈수록 엔화의 가치가 되돌림 될 수 있다는 점 등에 따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투자업계 전문가는 “BOJ의 개입이 언제든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라 엔화가 강세로 전화될 경우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식 투자에서 손실이 날 경우 환 차익 기대 성과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