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주유소 “변신은 선택 아닌 필수”···내연시대 종료에 공간 다변화 속도전
SK에너지, 연료전지·태양광 활용해 전기 생산해 차량 충전에 활용 GS칼텍스, 친환경 에너지 공급에 드론 배송까지···“전국 지점으로 확대”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주유소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활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휘발유·경유 등 내연기관차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지속생존을 위해 공간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직영 주유소를 전기·수소 공급과 함께 도심 물류센터 기능 등을 하는 복합 단지로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 내연차 시대 종료와 함께 주유소 운영이 어려워지는 만큼 새로운 사업모델을 강구해 변화를 시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직영 주유소 부지를 ‘복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바꾸고 있다. 석유제품 유통에 한정됐던 주유소의 한계에서 벗어나 친환경 에너지까지 공급하기 위해서다.
첫 복합 스테이션 개발 주유소로는 경기 시흥 SK시화산업주유소가 선택됐다. 물류트럭 등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이어서, 이 곳을 첫 번째 개발 주유소로 선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시화산업주유소 옥상에는 연료전지와 태양광 등의 전기 시설을 설치해,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이커머스 기업과 협업해 당일 배송이 가능한 도심형 물류 시스템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주유소 개발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서울역 인근의 역전 주유소 부지에 2020년 13층 규모의 상업용 복합 시설을 착공했다. 완공은 내년 상반기로 이 주유소에는 전기·수소차 충전은 물론 GS리테일이 운영할 물류센터와 다양한 식음료 매장이 들어선다.
서울역 주유소 외에도 GS칼텍스는 수도권 소재 직영 주유소를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전환하고, 로봇과 드론을 활용한 물류 배송 사업도 추진 중이다. 로봇이 물건을 분류해 보관·정리하고 옥상 및 지상에서 드론이 물건을 배달한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다른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전기·수소 충전 시설을 갖춘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은 경기 파주 직영 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향후 주요 거점 주유소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현대차·현대글로비스 등과 함께 서울 광진구 LPG 충전소 부지에 이동형 수소 충전 시설인 ‘H광진 무빙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아울러 휘발유·경유를 충전하는 시설에 전기차 충전소를 결합하는 형태의 주유소를 수도권에 구축할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를 전기·수소 공급을 위한 충전소로 전환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업계의 트렌드”라며 “테스트 지점에서 쌓은 경험치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도권 및 지방 주유소도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