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으로 해외법인 배당 부담↓···대기업, ‘자본 리쇼어링’ 활발
현대차, 삼성전자, LG 해외법인 배당 크게 늘려 현대차, 해외 자회사 배당금 전기차 개발에 투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의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에 연이어 동참하고 있다.
해외법인이 국내 본사에 보내는 배당금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법인세 개정으로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세금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주요 계열사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직전 연도 규모를 4.6배로 늘려 국내로 59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유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해외법인으로부터 21억달러, 기아는 33억달러, 현대모비스는 2억달러 등을 국내로 들여오겠단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해외법인의 국내 배당을 대폭 늘린 것은 해외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해 순이익이 2조5494억원에 달했다. 2021년(1조285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기아 미국법인 순이익도 2021년 8554억원에서 지난해 2조5255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번 결정은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 해외 자회사가 거둔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으로 ‘자본 리쇼어링’에 해당된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해외법인으로부터 들여온 배당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빌린 돈의 규모도 줄일 수 있다. 재무건전성 개선과 함께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해외법인 배당금을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등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의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과 기아 화성공장의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기아 광명공장의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전환 등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에 해외법인 배당금 수익 8조4400억원을 국내로 들여왔다. 작년 1분기 해외법인 배당금(1275억원)과 비교해 66배 늘어난 규모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 인도와 태국 등의 해외법인으로부터 배당금을 6095억원 받았다고 공시했다. 작년 1분기의 1567억원 대비 약 4배로 증가했다.
해외법인이 국내 본사에 배당금을 보내는 일은 일상적인 재무활동이다. 리쇼어링의 통상적인 의미인 국외에 진출한 생산시설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는 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는 국외 자금을 대거 국내로 가지고 온다는 점에서 ‘자본’을 붙여 자본 리쇼어링이라고 부른 것이다.
‘자본 리쇼어링’이란 표현이 등장한 건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였다. 당시 선정된 국정과제 중 하나는 기업들이 국외법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법인세 개정으로 인해 기업들의 자본 리쇼어링이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먼저 과세된 배당금에 대해서는 금액의 5%에만 국내에서 세금을 부과한다. 기존에는 해외법인 잉여금을 국내 본사로 배당하면 해당국과 국내에서 모두 과세됐다. 이후 일정 한도 내에서만 외국 납부세액이 공제되는 구조였다.
대규모 배당금 유입은 경상수지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상수지가 44억6000만달러 적자였는데, 여기에 포함되는 배당소득수지는 113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배당소득수지 흑자규모가 작거나 적자를 기록했으면 경상수지는 더 악화됐을 것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