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 강화하는 기아···프리미엄 브랜드 공백 채운다
존 버킹햄 디자이너, 넥스트디자인외장실장으로 영입 BMW·벤틀리 디자인 경험 살려 기아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 기여 전기차 시대 전환 맞아 기존 완성차 판도 완전히 뒤바껴···디자인 고급화로 프리미엄 시장 진출 가능성 열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아가 미래 디자인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는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디자인 중요도가 갈수록 올라가면서, 다른 완성차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달리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는 한계를 디자인 역량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존 버킹햄 디자이너를 기아넥스트디자인외장실장으로 영입했다. 존 버킹햄 실장은 이달부터 근무를 시작했으며, 기아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담은 차세대 외장 디자인 개발을 주도한다.
기아가 이번에 존 버킹햄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은 향후 브랜드 프리미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BMW그룹 외장 디자이너와 BMW 디자인웍스 U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벤틀리 외장 디자인 선임 매니저 등을 역임했다.
BMW와 벤틀리 같은 세계 최정상급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쌓은 노하우를 추후 기아 디자인에 녹아들게 만들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기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경험을 두루 갖춘 존 버킹햄 실장이 기아 글로벌 디자인센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라며 “그는 BMW, 벤틀리 뿐 아니라 전기차 스타트업인 패러데이 퓨처에서도 디자인 업무를 수행했는데, 향후 미래 모빌리티솔루션 관점에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BMW에선 8시리즈 컨셉트카 디자인을 이끌었고, 벤틀리에선 EXP 100 GT 콘셉트, 뮬리너 바칼라 등 브랜드의 상징적인 모델들을 주도적으로 디자인했다. 또한 패러데이 퓨처에서는 플래그십 전기차인 FF91의 디자인 개발을 포함해 브랜드 디자인 전체 업무를 진두지휘했다.
그의 행보를 보면 브랜드 내에서도 최상위 차량 디자인을 주도한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기아가 향후 지향하는 디자인 방향성을 엿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아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어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국내에서 플래그십 세단 K9이 제네시스 G90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G90 내수 판매는 2만3229대였던데 비해 K9은 6585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전동화 시대 전환을 맞아 전세계 완성차 기업 평가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으며, 이 흐름을 타서 기아도 디자인 고급화와 함께 플래그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앞서 공개한 기아 EV9의 경우 1억원대에 육박하는 고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성능에서 호평을 받으며 사전계약 1만대를 달성, 플래그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EV9 이후에도 기아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겸비한 신차를 내놓으며, 고가차 점유율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아는 최근 국내에서 현대차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평가가 갈리고 있는데 비해, 기아는 기존 호랑이얼굴 디자인 컨셉을 계승발전 시키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 디자인 경쟁력 평가’ 설문조사 결과 기아는 743점을 받아 현대차(704점)를 제치고 제네시스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기아의 디자인 중심 경영은 임원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카림 하비브 기아글로벌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당시 전무였음에도 송호성 사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2020년 하비브 부사장 연봉은 13억8500만원, 2021년엔 14억2900만원으로 송호성 사장(11억3900만원·12억9400만원)보다 높았다.
다만 지난해엔 기아가 역대급 실적을 낸 점을 반영해 송호성 사장이 연봉이 2배 이상 오르면서 하비브 부사장을 역전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아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비롯해 세계 최정상급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라며 “기아가 브랜드 로고를 바꾸고 현대차와 차별화되는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