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소재 3사, 영업익 급감에도 투자 확대로 ‘탄소섬유’ 개발 가속도

판매부진에 1분기 합산 영업익 913억원, 전년比 64.7%↓ ‘1270억→1384억→3071억’ 신성장동력 확보 위해 매년 연구개발비 확대

2023-05-11     유호승 기자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로 생산된 제품군. /사진=효성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효성 소재 3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 보강재 등의 판매부진이 실적하락의 핵심 요인이다.

반면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탄소섬유 등에 대한 투자 규모는 늘리고 있다. 지속성장을 목표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비를 늘려 연구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모습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91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4.7% 줄었다. 기업별로 보면 효성티앤씨의 영업이익은 693억원으로 63.5% 감소했다. 특수 섬유인 스판덱스의 부진 때문이다. 글로벌 점유율 약 30%로 스판덱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 판매량이 줄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다.

2021년에는 영업이익 1조4237억원을 달성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스판덱스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1분기 영업이익은 6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감소했다. 타이어의 강도를 높이는 보강재인 타이어코드 사업 부진이 실적에 타격을 줬다. 중국 경쟁업체가 낮은 판매가격을 무기로 점유율 확대에 나선 영향으로 타이어코드 판매량이 줄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효성화학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영업손실은 14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손실규모가 4.3% 늘었다. 계속된 적자의 원인은 플라스틱의 핵심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이 주력 제품인데,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효성 관계자는 “소재 3사의 1분기 실적은 어려운 석유화학 업황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특히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가 시장에 빠르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현지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중국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생산량을 반드시 조절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효성 3사는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 규모는 늘리고 있다. ‘슈퍼섬유’로 평가 받는 탄소섬유 및 아라미드 등에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3 관련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위해서다.

탄소섬유는 탄소가 90% 이상 함유된 섬유다. 무게가 철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높다. 전도·내열성이 뛰어나 태양광 및 단열재, 풍력발전, 수소 연료탱크 등에 활용된다.

아울러 전기차는 무게를 줄여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차량 부품으로 탄소섬유의 수요가 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우주 및 항공 산업에서도 탄소섬유의 활용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아라미드는 전기차용 타이어에 쓰인다. 철보다 탄성이 높고 섭씨 500도에서도 불에 타지 않는 내연성이 장점이다. 타이어코드나 5G 광케이블 소재로 주로 쓰인다.

효성은 탄소섬유 및 아라미드를 신사업으로 점찍고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재 3사의 최근 3년간 투자비용은 ▲2020년 1270억원 ▲2021년 1384억원 ▲2022년 3071억원 등 5725억원이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2021년보다 연구개발비용을 2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효성첨단소재가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3년간 2500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효성화학은 2378억원, 효성티앤씨는 847억원을 투자했다.

효성첨단소재는 “급변하는 산업용 원사 시장에서 탄소섬유 등 신규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점유율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1조원 투자를 목표로 내건 만큼 꾸준한 자금 투입과 연구개발로 탄소섬유를 ‘제2의 스판덱스’로 키울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