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Z’란 용어 자제령 내린 포스코, 모두 동참하면 어떨까

특정 나이 집단 카테고리화 하는 용어 사회통합 방해하고 세대 간 오해만 키워

2023-05-10     엄민우 기자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포스코가 최근 회사 내에서 ‘MZ세대(1980~2000년대생)’라는 용어를 자제할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MZ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많이 쓰이고 특정 집단을 구분 짓고 일반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 ‘굳이 자제령까지 해야 할까’라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만,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몇 년 새 ‘코로나19’를 제외하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쓰인 용어는 ‘MZ세대’일 것이다. 사실 지겨울 정도였다. 필자 역시 해당 표현을 썼던 사람 중 하나다. MZ란 용어를 쓰는 게 싫어서 ‘젊은 직장인’이라는 표현도 쓰려고 노력해봤지만, 기자들이 좋아하는 특유의 ‘짧고 압축적인’ 표현이고, 어쨌든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던 표현인지라 종종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이젠 MZ세대라는 용어를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니, 진작 안 썼다면 어땠을까 싶다. 어린 직원들이 듣기 불편해해서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묶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 때문도 아니다. 포스코가 조치를 내린 이유에서 볼 수 있듯, 안 그래도 갈라질 대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은근히 더 갈라놓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세대 간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한민국처럼 나이를 바탕으로 ‘카테고리화’하기 좋아하는 나라도 보기 드물다. MZ세대나 과거 X세대를 포함 20대, 30대, 40대, 50대 등등으로 나누고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연상이냐 연하냐’를 꼭 따져 구분한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당연한 문화로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이렇게까지 계층을 특정 짓는 곳은 한국 외 찾기 어렵고 외국인들이 신기해한다. 심지어 이는 음악에도 적용돼서 몇 년만 지난 노래도 ‘옛날 노래’, 혹은 ‘탑골○○’과 같은 꼬리표가 붙어 특정 장소에서만 유통된다. 수십년 된 음악도 좋으면 최신 노래와 함께 섞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다른 나라들과 구분되는 한국의 특징이다.

꼰대, MZ와 같은 용어 사용과 나이에 따른 구분과 카테고리화는 처음엔 재미로 시작되지만 결국 특정세대의 부정적 특징을 부각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는 곧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박혀 서로에 대한 이해 시도 자체를 막고 사회통합을 방해한다. 애초에 ‘상대방 집단은 분명 이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란 생각을 깔고 들어가면 소통전부터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젊은 세대도 결국 또 나이를 먹고 있는데 나중엔 또 무슨 용어로 세대가 구분 지어질지 모르겠다. 포스코의 'MZ' 용어 사용 자제령이 회사 담벼락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 어떨까.

십 수 년간 되풀이돼 온 ‘○○세대’ 이름 짓기가 ‘MZ세대’를 끝으로 마무리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