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잡았나···DB손보, ‘미래이익’ 보험계약마진 감소 전망
CSM 업계 '2위'···손해율 가정치 대폭 낮춘 영향 당국, 손해율 가정 기준 마련···CSM규모 조정될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B손해보험의 보험계약마진(CSM)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B손보는 실손보험 손해율 가정 값을 낮게 설정한 영향으로 CSM 규모도 보험업계 전체 2위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손해율 가정 값 산정 방식을 손질하기로 하면서 DB손보의 CSM도 조정될 수 있단 관측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CSM은 11조2565억원(개별 기준)이다. 보험업계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1위인 삼성화재(12조2157억원)를 약 1조원 규모 차이로 바짝 뒤쫓는다. DB손보가 삼성화재를 꺾고 보험업계 실적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SM은 새 회계기준(IFRS17) 상 부채 항목 중 하나로,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게 될 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보험사가 매해 거둘 보험영업이익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보험사들의 가치평가에 있어 핵심 지표로 통한다. 보험사는 일단 부채로 잡혀있는 CSM을 보험 기간에 걸쳐 일정 비율을 차감해(상각률) 그 규모만큼 보험영업이익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DB손보의 미래이익 규모가 큰 이유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가정 값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DB손보는 손해율 추정치를 낮춘 결과 이례적으로 대규모 ‘보험계약자산’을 인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단 설명이다. DB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자산은 2534억원이다. 국내 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IFRS17 아래 보험계약자산이 큰 금액으로 발생하긴 어렵다. 계약을 통해 보험사로 향후 들어올 돈(보험료)과 나갈 자금(보험금, 해약금, 사업비 등)은 모두 부채로 잡기 때문이다. 손해율,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현금흐름을 파악한 다음 부채로 인식하는 식이다. 보험사의 이익이 될 부분인 CSM조차도 우선 부채로 잡힌다.
하지만 손보사의 경우 실손보험 계약에 적용한 손해율 가정 값을 크게 낮추면 부채가 마이너스(-) 값이 돼 자산이 발생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다. 즉 들어올 보험료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지급보험금이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부채가 감소해 반대로 자산이 발생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실손보험의 경우 갱신 때마다 큰 폭으로 보험료를 올려왔기에 손해율 가정을 낮출 여지가 크다.
자산이 인식될 정도로 손해율 추정치가 내려가면 그만큼 CSM도 크게 늘어난다. DB손보 외에 일부 중소형 손보사들도 보험계약자산을 인식하면서 예상 밖의 큰 규모의 CSM이 발생했다.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은 각각 1700억원, 1625억원의 보험계약자산을 인식했다. 그 결과 두 손보사의 CSM은 각각 2조2000억원, 1조800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보험사 규모에 비해 CSM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생보사들의 경우는 외화보험계약에서 자산이 발생했고 손보사는 실손보험 손해율 하향조정으로 자산을 인식했다”라며 “다만 보험계약자산은 임시 계정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채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가 정한 손해율 가정 값에 따라 CSM 규모가 크게 달라지자 금융당국이 손해율 기준 마련에 나섰다. IFRS17은 CSM 산출에 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에 대한 표준이 없다. 각 회사가 가진 통계에 따라 적절한 모델을 사용한다. 문제는 정해진 원칙 아래 회사가 선택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범위가 넓어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원칙을 적용하게 되는 상황이란 점이다.
당국이 기준을 마련하면 DB손보의 CSM 규모도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손해율을 상향 조정해 CSM이 크게 줄어들면 삼성화재와의 실적 경쟁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손해율 가정 외에도 CSM 산출 방식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손해율 가정 방식이 바뀌면 DB손보 같이 보험계약자산을 대거 인식한 보험사의 CSM 규모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