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형제품 중심 반도체 감산···2분기부터 재고 감소”

1998년 이후 25년 만에 메모리 감산···“재고 정상화 가속” 설비투자 유지·R&D 투자 비중 확대···미래 경쟁력 강화

2023-04-27     이호길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 추이. /자료=삼성전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구형제품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 감산에 따라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과잉 재고는 2분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실적 악화에도 설비투자는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늘릴 예정이다. 첨단공정 기술력을 높여 10나노미터(nm)급 5세대 (1b) 기반 32Gb DDR5를 연내 양산하고,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준비도 마쳤다.

삼성전자는 27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10% 중반, 낸드플래시는 10% 후반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수요 위축에 따른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전 분기 낸드 제품에 반영된 재고평가손실은 이번에 D램으로 확대됐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4조5800억원이다. 반도체 사업 분기 적자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회사는 재고 축소를 위해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한 레거시(구형)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 하향 조정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감산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반도체업계는 DDR4 등 범용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화성사업장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이 최대 20% 줄어들 것으로 관측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1분기부터 시작된 라인 최적화 등으로 감산 규모는 훨씬 더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반기에도 시장 수요를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재고 수준 정상화는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진행되면서 하반기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고, 이에 삼성전자는 수요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 선단 제품 생산은 조정 없이 유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평택 3기와 4기 라인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고, R&D 투자 비중은 늘리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시설 투자 비용은 10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7000억원) 대비 35.4% 증가했다. R&D 투자액은 6조58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전 분기(6조470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삼성전자의 512GB CXL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하반기 이후 수요 회복과 감산 효과 가시화 등으로 점진적인 업황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의 경우 시장 재고 수준이 낮은 DDR5를 중심으로 하반기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PC와 서버용 D램 중 DDR5 비중은 2분기 기준 20% 초반 수준까지 증가했다. 공급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모든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이 생산량 축소에 돌입했다.

또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고성능·고용량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DDR5, HBM,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제품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6.4Gbps(초당 기가비트) 성능과 초저전력 HBM3 16GB와 24GB 제품도 샘플 출하 중으로 양산 준비를 이미 완료했다.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의 차세대 HBM3P 제품도 하반기 준비 중”이라며 “올해 CXL 2.0 기반 용량별 제품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CXL 기반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개발 진행 중으로 고객 요구에 맞춰 메모리 솔루션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서병훈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초과이익 공유, 중국 공장 가동 제한 등의 우려에 대해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구체화할 것을 밝혔다. 삼성전자도 절차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