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이오 업계 인력 쟁탈전과 백년대계(百年大計)

인력 부족 가시화···기업 간 인력 쟁탈전 치열해질 전망 정부, 현장에 맞는 구체적·연속적인 교육 방안 마련해야

2023-04-13     김지원 기자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제약·바이오 업계의 성장과 함께 인력 수급난이 떠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총 19조2364억원 2021년 25조3932억 원으로 32% 증가했다. 시장 규모 확대와 더불어 전문 인력 확보 문제가 불거졌다. 수요는 느는 데 공급은 부족한 인력 미스매치 상황에서 기업별 전문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행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메가플랜트 부지로 송도를 택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약 3조7000억 원을 토자해 송도국제도시에 대규모 위탁개발생산(CDMO)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바이로직스는 투자 의향서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제출한 상태다. 입주해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에 이어 롯데바이오로직스까지 자리한다면, 송도가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클러스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같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결정에는 송도가 새로운 인력 유치에 유리하단 판단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 활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간 인력 쟁탈전은 이전에도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으로부터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은 바 있다.

기업 간 인재 빼가기는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향후 5년간 적어도 수천 명의 바이오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롯데바이오로직스만 보더라도, 공장 설립과 향후 운영방안 준비를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각기 전문 인력 확보 방안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은 기업 내 교육과 연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도 나섰다. 카이스트는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8년 과정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의 2026년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과기의전원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겠다는 목표다. 의사과학자는 임상 의료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바이오의료 전문가다. 미국에서는 의과대학 졸업생 가운데 한 해 1700여 명이 의사과학자로 육성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인력 육성 정책과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정부는 현재 한국바이오인력개발센터 등에서 매년 배출하는 200~300명 가량의 인력을 2024년 이후 천명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인재 양성 및 인재와 기업 간 미스매치 해결책 제시 등 보다 뚜렷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특히 업계와 현장 요구에 맞는 직무 교육훈련 과정 도입이 필요하다. 화학·바이오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화학·바이오 ISC)에 따르면 현장 인력은 숙련 부족을 겪고 있으며, 숙련 부족의 주된 원인 2,3위로 교육과정과 산업현장의 괴리(23.9%)와 교육훈련과정의 실습부족(13.1%)이 꼽혔다. 학교 등 교육 현장에서 직무에 필요한 실질적 역량을 익힐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화학·바이오 ISC 측은 “직무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역량을 정확히 정의하고 관련 교육과정에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을 바탕으로, 연속성 있는 인력양성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정책 연속성 부족은 늘상 있는 일”이라며 "연속성이 부족하다보니 구체적인 교육안이 아닌 추상적인 목표만 반복된다"라고 꼬집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다. 백년대계(百年大計)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