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구글, 美정보기관에 넘긴 韓이용자 정보 공개해야”···공개 대상 늘듯

구글서비스 회원, 구글·구글코리아 상대 개인정보 등 공개 청구 1·2심 이어 대법도 이용자 승소···대법, 청구 인용 범위 더 늘려 “외국 법령에 비공개 의무 있더라도 공개 제한 당연하지 않아”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 등 종합적 고려”

2023-04-13     주재한 기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제3자에게 국내 이용자 정보를 제공한 구글이 그 내역을 국내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외국 법령에서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 내역의 제3자 제공현황에 비공개 의무를 뒀더라도 공개 제한을 당연시할 수 없다는 취지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구글서비스 회원 오아무개씨 등이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낸 ‘개인정보 제공 내역 공개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심 판결 가운데 비공개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는 것으로 파기환송심을 통해 공개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열렸다. 2심은 구글과 구글코리아가 개인정보 제공현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도 미국 법에서 비공개 의무를 부여한 사항에 대해선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소송은 오씨 등이 2014년 2월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계정과 관련한 개인정보를 미국 정보기관 등 제3자에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정보공개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것을 이유로 시작됐다. 이들은 구글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PRISM) 프로그램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해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즘은 미국을 지나는 광섬유 케이블에서 이메일 등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는 NSA의 감시 프로그램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이 프로그램의 존재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

상고심 쟁점은 미국에 본사를 둔 구글에 대한 재판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것이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를 위배한 것인지, 비공개 의무를 부여하는 외국법령이 존재하는 경우 비공개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먼저 대법원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소비자계약에는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비공개 의무가 있는 외국 법령의 존재에 대한 쟁점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를 곧바로 비공개할 정당한 사유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외국 법령의 존재만으로 (비공개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는 없고, 해당 법령에 따른 비공개의무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등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외국 법령을 존중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외국 법령이 요구하는 비공개 요건을 충족하는 정보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들은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제한·거절 사유를 통지해야 하고, 국가안보·범죄수사 등 사유로 외국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그 사유가 종료되면 정보 제공 사실을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 구글이 그 정보 제공현황을 원고들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