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 풀린 분양권 보니···같은 단지서 웃돈 3억 vs 10억 ‘천차만별’
매물 자체도 적고 사연 따라 가격편차 커 잔금 기한 길게 잡는 관행 있지만···실거주의무 및 양도세 중과 폐지돼야 분양권 거래 활성화될 듯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의 분양권 전매기한 완화정책이 지난 7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단기보유 양도세와 중과세 완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니 분양권 소유자들이 굳이 높은 세금을 내고 팔기보단 세입자를 찾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매물을 던지지 않는 것이다. 이밖에 거주의무 등 활발한 분양권 거래를 둘러싼 제반 환경도 마련되지 않은 초기인 만큼, 당분간은 이전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혜택을 받는 사업장은 총 13곳이다. 2022년 4월 7일 전에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아파트 가운데 아직 입주를 시작하지 않은 단지는 분양권을 매도할 수 있다. 이는 2020년 초 서울 목동센트럴 아이파크 위브 이후로 분양권 전매가 없던 시장이 다시 열린 것이어서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서 분양권 매물은 보기 힘들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례로 다음달 입주를 앞둔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그라시엘(청량리 청과물시장 및 집창촌 재개발)도 이번 정책의 수혜 대상지로 지난 주말부터 분양권 거래는 풀렸다. 이 단지의 네이버부동산에 나와있는 전용 84㎡ 매물 기준 급급매는 웃돈이 3억6000만원대로 총 매매가는 13억3000만원이지만, 동일 타입 또 다른 매물의 웃돈은 13억원으로 22억7100만원이다. 동일평형의 거래희망 가격이 10억원이나 차이나는 것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는 없어 지금 분양권을 사고 파는 데 제약은 없다. 다만 지금 팔면서 중과되는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분양권 소유주 상당수들은 남는 게 없기 때문에 세입자를 찾더라도 들고 가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1·3 대책을 통해 분양권 양도세율은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45%, 그 외에는 기본세율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1년 미만 보유 시 양도세율 70%, 1년에서 2년 사이는 60%, 2년 이상은 6~45%를 적용받게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일부 타 사업장에서는 양도세 뿐만 아니라 거주의무 이슈도 있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실거주 의무가 있는 센트레빌아스테리움 영등포나 해링턴플레이스 안암 등 사업장에서는 전매제한이 풀렸음에도 분양권 매물이 드문드문 있는 상태다. 이 역시도 국회에 계류중이어서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다. 주택법 104조 벌칙을 보면 거주의무기간을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을 살게 된다.
때문에 내집마련 대기수요 입장에서도 급급매 분양권을 잡고싶을 순 있지만 주의해야 한다. 지금 급매로 내놓는 분양권 보유자들은 조만간 국회를 통과해 법 개정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잔금처리 기간을 길게 잡는 형태로 매물을 내놓는 것이지만, 끝끝내 국회의 반대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정부 말만 믿고 분양권 매도, 매수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수도 있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고, 양도세 규제까지 완화되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 분양권 매도하는 게 좋아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권은 한꺼번에 많은 돈이 필요한 구축 매수와 달리 분양가의 10~20% 만 내고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보니 자금 마련 시간이 충분해 인기를 끌 만 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업장별로 실거주의무 유무도 다르고 양도세 중과 문제도 있는 만큼 때를 기다리는 게 좋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