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3위 자리 내준 현대해상, 새 제도서 도약 가능할까
IFRS17서 '미래이익' CSM도 업계 4위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이 순위 회복 핵심 변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메리츠화재에 3위 자리를 내준 현대해상이 올해부터 도입되는 새 제도 아래서도 업계 4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의미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가 메리츠화재보다 1조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해상은 4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상품 전환에 집중하는 점은 순위 회복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해상은 높은 실손보험 비중으로 손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지난해 말 기준 CSM은 8조930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메리츠화재(9조9937억원)와 비교해 1조원 넘게 적은 규모다. 메리츠화재가 당분간 현대해상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는 CSM규모가 업계 2위인 DB손해보험을 바짝 따라잡았다. DB손보의 작년 말 기준 CSM은 약 10조원이다.
CSM은 IFRS17 적용 후 인식되는 부채 항목 중 하나로,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게 될 예상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보험사는 일단 부채로 잡혀있는 CSM을 보험 기간에 걸쳐 일정 비율을 차감해(상각률) 그 규모만큼 보험영업이익으로 잡는다. 한 보험사의 CSM이 300억원이고 10년 동안 10%씩 이를 이익에 반영하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CSM의 10%인 30억원이 매해 이익으로 반영된다.
현대해상은 지난 2019년부터 메리츠화재에 당기순익 업계 3위 자리를 내줬다. 해가 지날수록 격차는 더 커졌다. 2019년만 해도 메리츠가 현대해상을 200억원 차이로 앞섰지만 지난해엔 메리츠화재(8683억원), 현대해상(5746억원)으로 3000억원 가까이 벌어졌다. 현대해상은 작년 5위인 KB손해보험(5577억원)의 거센 추격을 받아야 했다.
현대해상이 메리츠에 자리를 내준 이유는 ‘이익 계약’을 확보하는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리츠가 장기 보장성보험 비중을 더 높이는 데 성공했고 보장성보험의 손해율도 더 잘 관리해 앞선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부터 보장성보험(장기인보험) 확대를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 장기인보험은 보험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고 손해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에 새 제도 아래서 이익을 늘려줄 핵심 계약으로 꼽힌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는 전체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전체 원수보험료 가운데 보장성보험(9조1407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였다. 반면 현대해상의 전체 원수보험료 가운데 보장성보험(10조704억원)의 비율은 62%에 그쳤다. 전체 원수보험료 규모는 현대해상이 더 크지만 메리츠화재가 수익성이 높은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다.
더구나 손해율 관리에서도 현대해상이 메리츠에 뒤처졌다. 지난해 현대해상의 보장성보험의 손해율은 85.3%로 메리츠화재 대비 10%포인트 더 높았다.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현대해상이 실손보험 비중이 업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가 될 정도로 매우 높아 업계 전체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새 회계제도에서 CSM을 산출할 때는 미래에 발생할 손해율을 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리츠화재는 낮은 손해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손해율을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대해상은 손해율이 높은 기존 실손보험을 4세대 상품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해상은 지난해부터 4세대 실손보험 상품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시책)을 크게 올렸다. 4세대 실손보험은 월 보험료가 보통 1만원 초반대로 낮은 대신, 자기부담금 비율이 이전 상품들보다 높은 점이 특징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4세대 상품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손해율을 낮출 수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더 많은 CSM을 얻을 수 있는 상품 위주의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한 손해율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올해 주요 경영목표다”라며 “또 자산운용도 선제적인 리스크를 바탕으로 이익률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