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춰 IPO' 지아이이노베이션, 연구개발비 확보로 기술이전 나선다
누적 2조3000억원 기술이전···프리 IPO 당시 약 7500억 원 기업가치 인정 기관 수요 예측 부진으로 상장 시가총액 2861억 원···일반 청약 '선방' 결과 "실리 취했다" 연구개발비 재원 확보, 향후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적극추진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지아이이노베이션이 오는 30일 코스닥에 입성한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공모주 시장 악화 등이 겹치며 상장 시가 총액은 프리 IPO때보다 절반 이상 낮아졌지만, 향후 연구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점에서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일반 청약 최종 경쟁률은 약 262대 1로 집계됐다. 청약 건수는 약 7만7000건이었으며, 청약금액의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청약증거금은 약 8500억 원이 모였다.
이는 앞서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 부진을 딛고, 일반 청약에서 ‘선방’한 것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당초 공모가 희망가격(희망밴드)을 1만6000~2만 1000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이 26.7대 1에 그치는 등 투자 수요가 약한 것으로 나타나며, 최종 공모가는 희망 가격 하단보다 약 20% 낮은 1만3000원에 결정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공모주 시장도 악화한 결과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상장 시가총액도 4621억 원에서 2861억 원으로 38% 가량 줄었다. 이는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인정받았던 약 7500억 원의 기업가치보다 절반 이하 낮아진 수준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중 융합 단백질을 기반으로 차세대 면역치료제를 연구 및 개발하는 기업이다. 2017년 설립됐으며, 혁신신약 플랫폼을 바탕으로 이중 융합 면역항암제, 알레르기 치료제 등 후보물질 임상 진행 중이다. 특히 핵심 파이프라인인 면역항암제 ‘GI-101’과 알레르기 치료제 ‘GI-301’ 등을 각각 중국 심시어 파마슈티컬스와 유한양행에 기술이전 하며 주목받았다.
GI-101은 중국 심시어 파마슈티컬스에 9000억 원의 기술료를 받고 2019년 기술이전 했다. GI-101에 대해 미국 ‘머크(MSD)’,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의 글로벌 제약사와 1800억원 규모의 GI-101 약물 무상공급과 공동임상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GI-101의 병용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GI-301은 2020년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 지역에 대해 유한양행과 1조4000억 원대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국내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IB 업계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상장 후 조(兆) 단위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규모 기술이전 등을 바탕으로 ‘IPO대어’로 꼽혀왔다. 하지만 기관 수요 흥행 실패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몸값을 줄여서 코스닥 상장에 나섰다. 그 결과 한때 조단위 기업가치에 도전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던 만큼, 낮아진 기업가치가 일반 투자자에게는 결국 매력적으로 작용해 일반 청약에서는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실리를 취한 것’이라고 봤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당장 확보하는 공모자금은 줄었지만, 상장사가 될 경우 유상증자 등으로 추가 재원 꾸준히 확보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셈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를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설비 확충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을 통해 주요 주력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해 글로벌 기술이전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알레르기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일본에 향후 5년 내 GI-301의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2024년까지 GI-301 일본 기술이전에 나서고, 이후 글로벌 기술이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과 제3자 기술이전시 50대 50으로 수익을 분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