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계 탄소감축 부담 완화···“기업에 도움, NDC 불확실성은 증대”
NDC 40% 감축 계승 속 부문·연도별 감축량 목표치 공개 산업부문 감축률 축소, 신재생에너지·국제감축 부문은 강화 기업들 환영 분위기···“다음 정부에 떠밀기” 비판도 제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산업계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마련하면서 기업에 도움은 되겠지만 국제사회와 약속한 감축목표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단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수요를 공개하지 않은채 에너지 믹스 목표를 제시하는 건 모순이란 비판과 함께 정부가 탄소중립 이행 관리에 있어 수치보다는 과제별로 살펴봐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전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 연도별 감축량 목표치를 담은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제시했다.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전 정부의 NDC 목표치를 계승하되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감안해 산업부문 NDC 감축률을 기존 14.5%에서 11.4%로 3.1%포인트 낮췄다.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전환 부문과 국제감축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더 줄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전환 부문은 NDC 감축율을 기존 44.4%에서 45.9%로 1.5%포인트 높여 탄소 배출을 400만톤 더 줄였다. 국제감축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3350만톤에서 3750만톤으로 올렸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철강부문의 수소환원제출기술 상용화 지연 등 산업계의 현실이 반영됐단 분석이다. 이에 산업계는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계의 현실을 일부 반영해 NDC 산업부문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단, 산업부문 11.4% 감축도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고려했을 때 여전히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계 NDC를 줄이는 대신 확대한 국제감축 부문은 불확실성이 높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더 지우는 방향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발표 전날 유엔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종합보고서에서 10여년 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이 예상돼 향후 10년간 정부 대응이 중요하단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대응이 안이하단 비판도 나온다.
이날 탄녹위 등 관련부처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환경단체 등의 항의로 진행에 차질을 빚는 등 정부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정책위원장은 “저탄소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산업부분은 오히려 (탄소배출 감축량을) 줄이고 그렇잖아도 굉장히 부담되는 전환 부분을 가중시키는게 과연 합리적 선택이었는지 문제”라며 “에너지 수요가 전혀 공개돼 있지 않은 것도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수요 변화를 알아야 에너지믹스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기에 계획의 불확실성이 높단 비판이다.
송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우리의 이행계획을 주목하고 있는데 현재 감축 경로는 2025~2026년까지는 유럽연합보다 감축량이 훨씬 적다”며 “지금은 못줄이고 나중에 줄일 거라는 건 심하게 말하면 다음 정부에 미루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2030년 NDC 40% 목표를 지키는 선에서 로드맵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 전환에서 400만톤이 증가하고 산업 부분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본다. 상대적으로 산업부문에 알려진 (탄소중립 관련) 기술이 적은 편이고 앞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점프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공직자들이 수치적 이행 관리에 치중하지 말고 과제별 이행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과제별 이행관리를 하다보면 정책 장애요인을 식별할 수 있고, 그 장애요인을 어떻게 국민 동의를 얻고 정책 동력을 확보할지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NDC 감축관련 산업계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우성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장은 “지금 목표는 정부 세제, 재정, R&D에 대한 지원, 규제완화 등 활용 가능한 수단을 한단 전제하에 있다”며 “CCUS 관련해서는 동해 가스전 같은 저장소를 빨리 실증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조속히 실현해 감축 분야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륙붕 쪽에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물리적 탐사 등 여러작업을 계속 예산을 투입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관련예산을 89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해 투입한단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공청회 이후에도 24일 청년, 27일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추가로 현장 토론회를 진행한다. 다만, 이날 공청회에서 밝힌 기업 부담 완화란 기본계획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