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ℓ 마진 75원···도심 중소 주유소 “팔아도 남는 것 없어 폐업·휴업 위기”

지난해 휘발유 마진 163.2원, 현재는 54.1% 수준 불과 다수 주유소 운영하는 ‘체인딜러’는 마진 줄이기 감수하며 철새고객 잡기 나서 중소 규모 자영업자 ‘직격탄’···도매가 공개도 출혈경쟁 부추겨 ‘반대’ 목소리

2023-03-16     유호승 기자
에쓰오일 주유소 전경. / 사진=에쓰오일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주유소의 판매 마진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휘발유의 1리터(ℓ) 마진은 약 75원으로, 특히 도심에 위치한 주유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국도변 주유소와 달리 전체 매출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팔아도 남는 것이 없어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고 토로한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1ℓ당 평균 판매가격은 1587.0원이다. 같은 기간 정유사의 주유소 휘발유 공급가격은 1512.1원으로 매출이익(판매가에서 공급가를 뺀 수치)은 74.9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출이익 평균 163.2원의 54.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휘발유와 달리 경유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전국 주유소의 경유 1ℓ당 평균 판매가격은 1550.1원이다. 같은 기간 주유소에 공급되는 경유 가격은 1397.6원으로 매출이익은 152.5원이다. 휘발유 마진의 두 배에 달한다. 아울러 지난해 매출이익 평균 130.7원보다 현재 마진이 16.7% 더 높다.

높아진 경유 마진에 지방 국도변 주유소는 지난해보다 비교적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운영하고 있다. 화물차·트럭 등의 운행이 많아 도심 주유소와 달리 경유 판매 비중이 70% 이상이기 때문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도심 주유소는 상황이 다르다. 경유보다 휘발유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매출이익 감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지방보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 추가 부담도 상대적으로 더 크다.

도심 주유소 중에서도 다수의 주유소를 보유한 소위 ‘체인딜러’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더욱 값싼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를 찾는 ‘철새고객’을 잡기 위해 마진 줄이기를 감수하며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어서다.

문제는 하나의 주유소만 경영하는 중소 규모 자영업자들이다. 체인딜러처럼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판매가격을 내리면 주유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지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서울의 한 중소 주유소 관계자는 “휘발유 마진이 올해 들어 낮아지면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는 폐업 위기에 몰렸다”며 “그러나 폐업을 하려고 해도 기름 탱크 등의 토지 정화 비용으로만 수억원이 쓰여 폐업보다 휴업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1만1144곳으로 전년 대비 234곳 줄었다. 하루걸러 한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폐업한 대부분의 주유소가 도심에 위치해 있다고 한국석유관리원은 설명했다. 폐업 대신 휴업을 선택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현재 운영을 중단한 주유소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소 업주들은 정부의 정유사의 휘발유·경유 도매가 공개 추진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전국 평균 휘발유·경유 도매가를 광역시·도·단위로 세분화해 공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지역별로 가격 경쟁에 불이 붙어 주유소의 출혈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유소 업주들의 약 70%가 도매가 공개에 반대하고 있다”며 “가격이 공개되면 주위 주유소보다 높은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면 ‘나쁜 주유소’라는 낙인이 찍혀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중소 업주들에 더욱 힘겨운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