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은행 파산, 기준금리 인상폭 영향줄까

캘리포니아주 SVB 폐쇄 선언···스타트업 생태계 크게 흔들릴 듯 SVB 사태 후폭풍, 나스닥 1.76%↓···기준금리 올릴 가능성 커져

2023-03-11     한다원 기자
미국 서부 스타트업들의 돈줄 역할을 해왔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미국 서부 스타트업들의 돈줄 역할을 해왔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그간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일명 ‘SVB 파산 사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보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SVB는 미국 스타트업 분야의 주요 은행이다. 1982년에 설립된 SVB는 40년간 VC(벤처키패털)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했고, 기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 벤처 캐피털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미국 금융당국들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부는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자산 수탁기관으로 지명했다. 이로써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라는 법인을 설립해 SVB가 보유한 예금을 모두 이전받고 자산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FDIC 조치에 따라 25만달러의 예금보험 한도 이내 예금주들은 13일 이후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비보험 예금주들은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액에 대해 FDIC가 지급하는 공채증서를 받아갈 수 있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 총계금은 1754억달러다.

이번 SVB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JP모건 체이스의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두 번째 큰 규모로 꼽힌다. 이에 SVB와 거래해온 다수 스타트업들은 도래할 급여 지급일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SVB는 미국 테크, 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2주 단위로 급여를 지급한다.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이상의 예치금은 묶이고 전액 돌려받는다고 해도 상당한 기간이 걸려 자금 융통이 어려울 수 있다.

SVB 파산으로 업계에서는 지난달 0.25%포인트(p)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 스텝’을 밟았던 연준이 0.5%p 이상 올리는 일명 ‘빅 스텝’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업계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연준이 지난 1년간 미국의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에서 4.75%까지 급격히 상승한 것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은행 입장에서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기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어렵고 기준 금리 상승으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현금화를 할 경우에도 막대한 손실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SVB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타격이 큰 IT 분야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많아 부실자산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SVB 파산 사태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불거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당분간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07% 하락한 3만1909.64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5% 떨어진 3861.59로 종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6% 밀린 1만1138.89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