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민연금,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필요···연금사회주의 아냐”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회계사

2023-03-08     김용수 기자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회계사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과거 국민연금공단 위원으로 활동할 때, 연금사회주의라며 집중포화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러나 주주가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데 그것이 왜 연금사회주의인지 모르겠다. 국민연금이 KT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만큼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

8일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회계사)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참여연대 공동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김 회계사는 대표적인 진보논객으로, 2019년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업무를 주도하는 민간 전문가 기구인 ‘수탁책임전문위원회’ 산하 주주권행사 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KT 이사회는 전날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로 결정했다. 여당이 구현모 현 대표의 측근인 윤 사장을 ‘구현모 아바타’라고 강하게 비판한 가운데, 이사회가 윤 사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한 것이다.

윤 사장이 CEO 선임 최종 관문인 정기 주주총회를 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10.13%) 반대표 행사가 예상된다. 여기에 신한금융지주(5.58%), 현대차(7.79%) 등 당초 KT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던 주요 주주들도 반대표 행사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KT뿐만 아니라 신한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이자 현대차 2대 주주이다.

다만 김 회계사는 “정치권의 적극적인 인사 개입은 분명히 지양해야 한다”며 “인사 개입을 목적으로 (KT 지배구조를) 지적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회계사와의 일문일답.

정부·여당에서 ‘그들만의 리그’, ‘이익 카르텔’이란 지적이 나온 가운데, KT 이사회가 지난 7일 윤경림 사장을 차기 CEO 후보로 결정했다

주인 없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극단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기존 경영진을 제어할 만한 지배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기존 지배 체재가 존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상황에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주인 없는 기업에서 주인도 아닌 자들이 회사를 먹어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과거 국민연금 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국민연금은 소극적이었고 재벌기업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연금이 주총 전 반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단 시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정치권의 적극적인 인사 개입은 분명 지양해야 한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위해 인사개입 목적으로 발언하는 것이라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주요 기업들의 주총에서 의사개진은 원래 주총 전에 이뤄지는 것이다. 자문사 의결표명도 주총 전에 이뤄진다. 국민연금이 그 전에 의견을 내는 것은 통상의 절차인 것으로 안다. 국민연금이나 주요 기관 투자자들, 글로벌 자문사들도 사전에 의견 표명을 해야 주총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국민연금의 주총 전 반대 의사 전달)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공단의 적극적인 입장 발표에 대해 연금사회주의 비판도 있다

국민연금 위원으로 활동할 때도 연금사회주의라며 집중포화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러나 주주가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데 그것이 왜 연금사회주의인지 모르겠다. 삼성그룹도 지분의 분산은 이뤄지지 않았냐. 그것을 두고 삼성의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냐. 국민연금이 이 사안(KT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만큼은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소액주주들이 카페를 개설해 집단행동을 예고했는데 이달말 열릴 KT 주총서 윤경림 사장의 CEO 선임 전망은

만일 국민연금이 움직인다면 (가결은) 어렵지 않겠느냐. 지금 KT 2·3대 주주의 주요 주주도 국민연금으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액주주의 움직임도 결국 표 자체는 적지만 여론의 향배에는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소액주주들의 움직임 자체는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한다면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쉽게 다른 의견을 표명하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혹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에서 반대했는데,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찬성하면 ‘배임’ 소지가 있어서 쉽게 의사표명을 못할 것이다. 특히 외국계 투자자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일각에선 최종 후보 심사를 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 야당 인사가 참여한 점이 윤경림 사장의 선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연히 그렇지 않았겠느냐. 과거 정부 때 캠프를 꾸리는 형태로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권력 의지가 확실했던 것이다. 다만 이번 정부에서 그것이 느슨한 틈을 타서 계속 (지배력을) 유지하겠단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사회를 장악한 이상, 통상적이라면 국민연금이 나서지 않는 한 권력 유지가 가능한 것 아니겠냐. 사실 처음 이 사안에 가볍게 접근했는데, 오히려 상황을 보다 보니 그같은 주장이 더 타당해 보인다. 예컨대 학교법인을 형태로 한 것도 이사회를 한번 장악하면 쭉 이어지지 않느냐. 한번 다수를 점하면 그 후로는 바뀌질 않는다. 그같은 의사결정 하에서 학원이나, 비영리법인도 매매되는 것이다. 결국 주인 없는 지배구조 형태, 절대적 의사결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사회를 한번 구성한 자들이 쭉 권력을 이어나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현 이사회가 기회를 잘 잡았단 생각도 든다.

현대차, 신한금융과 지분 교환을 한 것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 꼼수란 비판도 있다

KT의 지배구조에서 현 이사회가 그렇게(경영권 방어 차원 우호지분 확보) 움직일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 결국 현 경영진과 이사회로 대표되는 본인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공익재단도 엄밀히 말하면 주인이란 게 있을 수 없다. 결국 이사회 구성에 좌지우지된다. 지배구조를 나타낼 만한 권리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이사회 구성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 이와 비교하면 현 KT 이사회가 그렇게 행동할 근거가 전혀 없는데, 실제로 모습은 나타났다. 이사회 구성을 영속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으면 자신의 회사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

본인들을 위한 지배구조를 장기화하기 위해 스왑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스왑거래는 지배구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실행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상황이다. 특히 윤경림 내정자가 현대차를 오갔단 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구현모 대표가 3년간 디지코 성과를 강조해왔는데, 외형적인 성장은 분명히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실적이 나쁘진 않다. 다만 이른바 코로나19 팬데믹이 통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의 실적도 고루 따져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여러 차례 통신 장애 사고가 발생한 것도 설비투자를 소홀히 했단 의혹과 인과관계가 발생한단 점이다. 교과서적으로도 대리인 비용이라고, 경영자로선 실적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탓에 단기적 실적에 매몰돼 장기적인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있는 유인은 분명하다. 그런 차원에서 (본업 소홀 관련) 문제 제기는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사안이다.

회계적으로 봤을 때 단기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예컨대 비용을 이연하거나 수익을 조기 인식하는 등 허용된 범위 내에서도 많고, 드러나지 않는 분식회계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일각에서의 ‘실적 부풀리기’ 등 문제제기도 분명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