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금융지주 주총 시즌···핵심 키워드는

이달 말 주요 금융지주 주총 개최 '주주가치 확대' 행동주의 펀드 행보 주목 주요 쟁점으로 CEO 및 사외이사 선임 부상 "불확실한 경제 상황 지속···표 대결보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 논의 예상"

2023-03-07     김태영 기자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뜨거운 화두로 부상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행보와 함께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교체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주주가치 확대와 이사회 전문성 제고, 사외이사 선임 등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4일 KB금융·우리금융지주 등이 잇따라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아직 미정이지만 이달 말 비슷한 시기에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큰 이목을 집중되는 안건은 새 회장 선임 안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는 주총을 거쳐 회장직에 오른다.

진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업계 예상을 깨고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을 받았다. 이후 신한금융지주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새 판을 꾸렸다. 내부 출신인데다 세대교체라는 명목으로 내정자에 이름을 올린 만큼 무난하게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내정자도 내정 당시 '관치 논란'이 있었지만 취임 전 노조를 만나 내부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광폭 행보를 통해 논란을 상당 부분 잠재우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이슈는 주주행동주의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들의 권익과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배당과 같은 주주들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이슈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경영진 교체나 사내·외 이사 선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등 직접적인 경영 관련 사안에서 힘을 발휘하려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주주 권리 행사를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나섰던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올해는 더욱 거세졌다는 설명이다.

앞서 올해 초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7개 상장 은행지주에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해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한 바 있다. 최근 역대급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 또한 배당금 상향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율을 확대하며 시장 기대에 부응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와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금융주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며 "이번 주총에서 성난 주주들을 달랠 수 있는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 방향에 대한 제시가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선임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중 28명(85%)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11명 중 10명, KB금융은 7명 중 6명, 우리금융은 7명 중 4명, 하나금융은 8명 전원의 임기가 이달 종료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통상적으로 2년의 임기 후 1~2년 단위로 연임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주문 속에 교체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규모를 9명으로 줄이는 대신 신규 추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초 자진 사퇴한 변양호 사외이사와 임기가 남은 김조설 사외이사를 제외한 10명의 사외이사가 임기를 마친 가운데 8명의 사외이사만 재선임하기로 한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임기 만료 대상인 사외이사 6명 중 3명을 교체하기로 하고 3명을 신규 추천했다. 신임 후보로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노조추천이사제'를 통해 추천된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도 주총 안건에 올라 KB금융 노동조합의 6번째 이사회 진입 시도가 성사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4명 중 3명이 바뀔 전망이다. 지난 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임기가 종료되는 4명의 사외이사 중 정찬형 사외이사만 경영 연속성을 위해 1년 임기로 재추천했고 지성배 IMM 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상태다. 사외이사 8명 전원의 임기가 이달 끝나는 하나금융은 6명을 재선임하고 2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백태승, 권숙교 이사가 하나금융을 떠나고 새로운 후보로는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추천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융권 주총에는 굵직한 안건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면서도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큼 표 대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한 질문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