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품 떠난 클레이튼 “의사결정 속도 높이고 협력 강화할 것”

클레이튼재단, 재무·법적으로 독립

2023-03-06     이하은 기자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 / 사진=이하은 기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카카오표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이 출범 4년 만에 카카오에서 독립한다. 클레이튼 재단이 운영을 전담하게 되면서다. 클레이튼 재단은 카카오와 별개 조직으로 운영된다. 

6일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서울 삼성동 크러스트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가 클레이튼을 만들고 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면, 앞으로 재단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급작스레 정해진 게 아니라 2년 넘게 준비해 온 것이다. 생태계 확장 측면에선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출범한 클레이튼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가 이끌어오다 지난해 또 다른 카카오 계열사인 크러스트로 이관됐다. 조직개편을 통해 클레이튼 재단이 운영을 전담한다. 클레이튼 재단은 싱가포르에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며, 카카오의 지분이 없는 독립된 법인다. 

◇ 규제 이슈·이해 충돌에서 자유로울 듯

클레이튼 재단은 조직개편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클레이튼은 대기업 집단인 카카오 계열사로 관련 규정 검토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클레이튼 재단 아래서는 플랫폼 관련 검토 절차만 거쳐도 되므로 결정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서 이사장은 “카카오 안에서 사업을 할 때와 밖에서 할 때의 차이점은 규제의 차이”라며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갖고 있어 기존 산업 규제까지 고려해야 했다. 반면, 재단은 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카카오 계열사는 클레이튼의 의사결정 협의체인 ‘거버넌스 카운슬(GC)’에 소속돼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현재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라운드X, 그리고 메타보라 등 카카오 공동체가 소속돼 있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와 독립,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되는 만큼 오히려 카카오 계열사들과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이사장은 “(카카오와) 거리두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는 협력사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레이튼에 탑재된 일부 프로젝트/ 사진=클레이튼 홈페이지

◇ 제로 리저브·기축통화 지정···인플레이션 관리

재편성된 클레이튼은 새로운 토큰 경제를 적용해 인플레이션을 체계를 개선한다. 첫 번째 행보는 ‘제로 리저브’다. 제로 리저브는 예비 가상자산 물량을 없앤단 뜻으로 코인을 매각해 사업하지 않겠단 의지다. 

클레이튼 재단은 출범 당시 발행한 100억개의 클레이 중 미유통물량 74억7800개를 소각한다. 이 중 70%인 52억8100개를 우선 소각하고, 나머지 20억개는 3년 내 소각해 초기 발행 물량을 남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클레이 인플레이션 체계를 개선한단 계획이다.

클레이튼의 토크노믹스 변경과 클레이튼 재단으로의 사업 이관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한달 동안 클레이 가격은 20% 상승했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클레이 시세는 지난달 5일 종가기준 260.4원에서 한달만인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314.13원으로 20% 상승했다. 

이는 제로 리저브 발표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그간 제로 리저브 정책을 요구해왔다. 클레이 보유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유통량이 증가해 시세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클레이튼은 과거 보유 물량을 활용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했지만, 투자한 프로젝트가 러그풀(투자금 가로채기) 이슈에 휘말리거나 다른 블록체인으로 이탈하는 등 성과가 미미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크러스트가 지난해 3분기 올린 누적 매출액은 약 8억4000만원에 그쳤다.

클레이튼 재단은 시장에 풀리는 공급물량을 소각하는 동시에 사용처를 늘려 가치 방어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외부 프로젝트가 클레이튼에 탑재될 때 클레이를 기축통화로 하는 방안이다. 메타버스와 P2E(Play to Earn)게임 관련 프로젝트를 우선 유치할 계획이며, 소셜 기반 프로젝트도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이사장은 “클레이튼은 국내 중심으로 투자자의 수요가 있었지만, 앞으로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으로 확대하겠다”며 “클레이의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고, 디플레이션이 가능한 통화로 발전시키는 게 장기 목표”라며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자체 수익만으로 클레이튼 생태계를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