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반도체·2차전지’···2월 ETF 시장 이끈 테마 살펴보니
필라델피아반도체 레버리지 ETF, 21.42% 수익률로 1위 레버리지 제외 ETF 중에선 2차전지 테마가 가장 높은 수익률 중국 관련 ETF는 부진···투자 환경 급변 속 추세 지속될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긴축 장기화 우려 속에 등락을 반복한 가운데 미국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테마가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시장 금리 하락에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과 베트남, 달러 ETF는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2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였다. 이 ETF는 21.42%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코스피가 이번 달 1.77%가량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에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반도체 업종은 업황 악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파고를 맞으며 증시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다 올 들어 물가 상승률 둔화에 따른 연준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가능성과 챗봇형 AI(인공지능) 고도화에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감이 나타나면서 반전을 맞았다.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도 이번 달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인 상품이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를 비롯한 5개의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가 19%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코스닥150 지수가 이달 들어 9% 가까이 상승한 결과다.
2차전지 관련 ETF 역시 이달 들어 큰 상승폭을 보인 테마였다. 배터리 재활용 관련주에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KBSTAR 배터리 리사이클링iSelect’는 이번 달 18.05% 수익률을 기록했다. 레버리지 ETF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는 14.59% 수익률로 레버리지를 제외한 상품 중에서 두 번째로 좋은 성과를 냈다.
2차전지 관련 테마는 테슬라가 가격 인하에 나서자 판매량 증가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이자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은 이달 들어서만 65% 상승했다. 특히 배터리 재활용에 관한 종목들도 크게 올랐는데 배터리 재활용 의무화 조치가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이 호재로 작용했다.
반대로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ETF의 성과는 부진했다. 기술주로 이뤄진 홍콩 항셍테크 지수에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는 -23.05% 수익률로 674개 ETF 중 가장 수익률이 낮았다. HSCEI(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에 투자하는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베트남 VN30지수에 투자하는 ‘ACE 베트남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는 각각 -19.17%, -14.34%로 그 뒤를 이었다.
증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ETF 시장에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로봇과 AI, 2차전지 등 다양한 테마가 순환매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유럽 핵심원자재법, 중국의 리오프닝 등 다양한 대외 변수가 있다는 점에서 3월에는 또다른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