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부진에 부업 확대···카드업계, 할부리스 자산 17조 육박
카드업계 할부·리스 자산 총액 16.9조···전년比 17.6%↑ 리스 자산 증가세 두드러져···1년 새 36.6% 급증 신용판매·카드대출 등 카드 사업 수익성 악화 영향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할부금융 및 리스 사업 등 카드사들의 비카드 자산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신용판매 및 카드론 등 주요 수익원인 카드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실적 악화를 겪은 카드사들이 본업 대신 부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카드사들의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 합계는 총 16조9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4조4031억원) 대비 17.6%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신용판매,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카드 자산 증가율이 14.3%인 것과 비교하면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의 증가세가 더 가파른 셈이다.
특히 리스업 잔액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리스업을 영위하고 있는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6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말 리스 자산은 6조1809억원으로 2021년 3분기(4조5260억원)에서 36.6% 급증했다.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BC)의 할부금융 자산 총액은 같은 기간 9조8772억원에서 10조7526억원으로 8.9% 증가하며 1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주요 카드사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까지도 할부금융과 리스 부문의 자산과 영업수익 증가세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신한카드의 할부금융 및 리스 잔액은 11조2790억원으로 전년 말(9조6066억원) 대비 17.4% 증가했다. 할부금융과 리스 영업으로 거둔 수익은 지난해 말 7132억원으로 1년 새 27.8% 늘었다.
국민카드의 경우 할부·리스 잔액의 증가율은 2021년 말 4조4623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4923억원으로 0.7%에 그쳤지만 영업수익은 1642억원에서 1923억원으로 17.1% 성장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할부금융 및 리스 사업 성장세가 가팔라진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조달비용 상승 여파로 카드사들의 핵심 수익원인 신용판매 부문과 카드 대출 사업에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 비카드 사업 확장에 힘을 쏟음으로써 카드 사업 부문의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신용판매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점도 카드사들이 비카드 부문에 주력하는 요인 중 하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기준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매수는 약 3.9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 경쟁 구도가 심화함에 따라 카드사들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기존 카드 상품 외에도 할부금융, 리스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상품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특히 기존 캐피탈사 대비 유리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규모를 늘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판매의 경우 이미 규모가 워낙 커서 이를 더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반면 할부금융이나 리스 같은 경우에는 취급 대상도 넓어지고 있고 해당 사업을 기존에 취급하던 캐피털사 등 다른 업권과 경쟁하면서 영역을 확대해 나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