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수요 절벽 ‘어쩌나’
지난해 대형 OLED 출하량 약 14% 감소···올해도 부진 예상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업황 악화로 대형 OLED 부진이 예상되는 데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향후 전망도 어둡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로 대형 OLED 출시 10년차를 맞았지만,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분석이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대형 OLED 출하량은 637만개로 집계됐다. 전년(740만개) 대비 13.9% 감소한 수치다. 옴디아의 당초 출하량 전망치는 660만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유럽 지역 판매 부진과 완제품업체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대형 OLED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사업 전망도 어둡다. 옴디아가 제시한 올해 화이트(W)-OLED TV 출하량 전망치는 635만대 수준으로 전년(636만)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TV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W-OLED 출하량도 제자리 걸음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올해 생산량 목표를 지난해 수준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3년 55인치 OLED 패널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이후 프리미엄 TV 중심으로 OLED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출시 10년차를 맞은 올해 파주·광저우 공장의 대형 OLED 패널 생산력은 연간 1000만대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대형 OLED 패널 수요가 더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 이외에도 OLED 패널 가격이 워낙 높아 TV 제조사에서 활용도를 높이기 어렵단 분석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V용 55인치 OLED 패널 가격은 430달러(약 56만8000원)로 같은 사이즈 LCD 제품(89달러·11만7600원)보다 5배 가까이 높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TV 출하량 측면에서 OLED 제품 비중은 LCD 대비 10% 내외이고 5~6년 뒤에도 이 정도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OLED 패널 가격이 LCD보다 300% 이상 비싸고, 삼성디스플레이 이외에는 대형 부문에 뛰어들고 있는 업체도 없어 공급이 제한된다. OLED 품질이 좋다고 해도 코로나19 이후 LCD 패널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TV 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무릅쓰고 OLED 채용을 늘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OLED 패널 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LCD 대비 경쟁력을 높이려면 휘도와 화질을 계속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LG디스플레이도 올해 ‘메타’ 기술을 적용해 휘도와 시야각을 개선한 3세대 OLED TV 패널을 발표했다. 성능은 업그레이드됐지만, 역설적으로 비용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게이밍 모니터와 투명 제품 등 신시장을 공략해 대형 OLED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하이엔드 게이밍 모니터 제품은 올해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하고, 유리창처럼 활용할 수 있는 투명 OLED는 기존 55인치에서 연내에 30인치, 70인치로 사이즈를 다변화할 예정이다.
다만 게이밍 모니터와 투명 OLED는 이제 시장 초기란 점에서 사업 확대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고, 투명 제품 역시 대중화까지는 3~4년 이상이 필요하단 관측이 제기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대형 OLED는 수요 측면에서 한계가 많은 상황”이라며 “중소형 시장에서는 기존 스마트폰에서 태블릿 PC와 노트북 등으로 OLED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 부문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기술 개발과 투자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수주형 사업 확대, 수급형 사업 운영 합리화 및 고부가 분야 집중, 시장창출형 사업 육성 등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립하겠다”며 “수주형 사업 매출 비중을 올해 40% 초반에서 내년 50% 수준으로 높이고 투명 및 게이밍 OLED 등 시장 창출형 사업은 잠재 고객 발굴 및 전략적 협업으로 지속 육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