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 전략 취하는 ‘GM·지프·포드’···판매량은 줄어도 수익은 반등할까
GM, 쉐보레 트래버스·타호 비롯해 GMC 시에라 최상위 트림으로 구성 지프 그랜드 체로키, 포드 레인저는 완전변경 되며 판매가격 크게 올라 독일차 위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마니아층 겨냥해 수익 개선 노려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미국차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차 위주의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마니아층을 공략하고 있다. 높은 가격에 따라 향후 판매량 감소가 예상되는데, 수익 면에선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인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GM·지프·포드 등 미국 브랜드는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며 판매량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쉐보레는 트래버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며 최상위 하이컨트리 트림만 선보였다. 현재 판매 중인 하위 트림은 부분변경 이전 모델이다.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트림은 6525만원으로, LT 레더 프리미엄 트림 5567만원보다 1000만원 가까이 비싸다.
GM 한국사업장 관계자는 “기존엔 다양한 트림을 출시했는데 상위 트림에 대한 국내 소비자 수요가 높았다”며 “부분변경을 거치며 하이컨트리 트림만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GM 한국사업장은 트래버스 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쉐보레 ‘타호’와 대형 픽업트럭 GMC ‘시에라’ 역시 최상위 트림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풀사이즈 차량의 경우 상위 트림 위주로 판매되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최상위 트림으로만 구성된 점은 눈에 띈다. 쉐보레와 GMC는 GM에 속한 브랜드다.
고급화 전략은 다른 미국 브랜드에서도 나타난다. 지프는 지난해 말 그랜드 체로키 5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8550만원에 출시했다. 기존 4세대 6290만원에 비해 2000만원 이상 비싸졌다.
스텔란티스 코리아 관계자는 “파워트레인부터 안전 및 편의 기능, 인테리어까지 모두 이전 모델보다 개선됐다”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프는 스텔란티스 그룹에 속해있다.
포드 역시 레인저 완전변경 모델의 가격을 인상했다. 신형 레인저의 판매가격은 6350만원으로 이전 507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졌다. 최근의 고물가 흐름을 감안해도 인상 폭이 크다.
미국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은 수익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고가 모델을 판매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다수 소비자들보단 미국차를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 역시 현 상황에선 고급화 전략이 수익 제고에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위 트림을 2~3대 판매하는 것보다 최상위 트림을 1대 판매하는 게 수익적으로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만 놓고 보면 많이 판매하는 게 유리해 보이지만 선적 및 판매 비용 등을 고려하면 트림 수를 줄여서 가져오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도 실적 개선을 이룰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DIA)에 따르면 트래버스는 지난해 1919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전년 대비 판매량이 44% 감소했다. 2021년 트래버스 판매량은 3453대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감소 폭이 크다.
한편, 지난해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차는 총 2만4995대가 판매됐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 28만3435대의 8.8% 비중이다. 전년도 11.1%에 비해 2.3%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독일차는 20만5677대가 판매되며 72.6%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도 점유율 68.9%에 비해 3.7%p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