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안전진단 통과 축포’에도···집값 상승 효과 없네

이달 들어서만 전농우성·수서1단지 등 안전진단 통과하며 사업 잰걸음 정비사업 절차 통과마다 거래 물꼬 트던 예년과 달리 차분

2023-02-16     노경은 기자
이달 초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1차 전경 / 사진=도봉구청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동산 시장의 노후 아파트 단지 외면이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노후 단지들이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완화된 규제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 사업절차를 밟는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집값에까지 반영되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재건축 절차를 한 단계 진행할 때마다 프리미엄이 수억원씩 붙어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달 들어서만 다수의 안전진단 통과단지가 생겼다. 동대문구청은 15일 1200여 세대 규모의 전농우성아파트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통보했다. 10월 중순 조합이 안전진단을 신청하고 4개월 만에 얻은 결과다. 비슷한 시기 강남구 수서1단지도 강남구청으로부터 예비안전진단 신청 3개월 만에 통과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들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게 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예고한 직후부터 사업에 속도를 낸 영향이다.

정부는 이달 초 안전진단 평가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까지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을 15에서 30%까지 늘리는 내용의 재건축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또 점수체계를 개편해 조건부 재건축을 받을 수 있는 범위도 확장하며 사업 추진의 문턱이 낮아졌다. 이와 함께 1차 정밀안전진단서 조건부 판정을 받은 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의무도 없앴다.

덕분에 예비안전진단 이후 정밀안전진단 1차와 정밀안전진단 2차(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도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늘어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도봉구에서는 방학신동아1차가, 서대문구에서는 660세대 규모 DMC한양이 안전진단 최종 통과했다. 노원구에서는 이달 초 상계미도, 하계장미 등이 긍정적 결과를 받아들이며 사업에 잰걸음이다.

이처럼 재건축에 첫 발을 성공적으로 떼는 단지들은 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시세에 영향이 전혀 없음은 물론이고, 물건을 찾는 이들이 없다 보니 급매로라도 거래되는 건수가 희박한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이달 안전진단을 통과한 6개 단지, 8267가구 가운데 가운데 올 들어 거래가 성사된 곳은 수서1단지와 하계 장미 각각 한 곳씩 총 두 건에 불과하다. 비율로 보자면 거래 비율이 전체 세대의 0.02%인 것이다. 이마저도 수서1단지는 지난해 5월 10억7000만원 대비 2억원 가까이 낮은 8억8000만원에, 하계 장미는 전고점 대비 2억2000만원 빠진 값에 성사됐다.

시장 거래가 활기를 띠는 시기에는 구청의 재건축 절차 승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매수희망자는 웃돈을 얹어줄 것을 약속하며 거래를 유도하는 게 다반사였다. 철저히 매도자 우위의 시장을 형성했다. 그러나 지금은 곳곳서 안전진단 통과 축하 현수막을 걸며 자축하는 사업장이 늘고있지만 시장에 가격으로 반영되는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안전진단 통과는 곧 재건축의 첫 발을 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공급확대 신호인데, 이미 분양한 사업장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되는 마당에 사업 극 초기 단계인데다 추가 분담금 불확실성이 큰 매물을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도봉구 방학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원자재 값과 인건비, 금융비용 상승으로 추가분담금이 추가분담금이 수천만원 씩 늘어나는 소식을 흔하게 접하면서 수요층도 재건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는 누리고 싶어 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는 늘겠지만, 대부분 가격 반등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