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앞둔 현대百, 부진한 지누스에게도 기회?

현대백화점그룹, 백화점·그린푸드 지주사 분할 앞둬 실적 부진 지누스, 현대百 계열사와 시너지 강화 계획

2023-02-09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이 오는 10일 인적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두 지주사를 세우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다. 이번 개편을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계열사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그룹에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는 지누스가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전환에 따른 현대백화점 분할 승인에 대한 전자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참석 주주 3분의 2가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되며, 오는 1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안건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계편 예상 구조와 현대백화점, 지누스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전환이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지분은 정지선 회장(17.09%), 현대그린푸드(12.05%) 등 약 36%로 높은 편에 속한다. 또 전자투표 기간 큰 잡음이 없었다는 점에서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

만약 예상대로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백화점은 신설법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존속법인 현대백화점으로 나뉜다. 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둔다. 현대백화점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면세점, 지누스와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 배경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있다. 분할로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현대백화점이 가진 자사주 6.6%를 승계받고, 자사주 지분만큼 분할신주를 받는다. 자기주식 6.6%와 현대백화점 지분 6.6%를 동시에 갖게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배구조 최상위에 위치한 만큼,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대신 의결권을 가진 백화점 지분 6.6%를 확보하게 돼 인적분할만으로 지배력이 강화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을 두고 정교선 현대그린푸드 부회장과 계열 분리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중심의 유통 부문과 현대그린푸드 중심의 비유통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분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대홈쇼핑의 거취에 따라 계열분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무엇보다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으로 부진한 ‘지누스’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에 주목된다. 지누스는 지난 2014년 아마존에 입점해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을 장악한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 강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5월 이윤재 지누스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와 경영권을 8790억원에 지누스를 인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지누스를 인수했지만, 지누스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누스는 매출은 지난해 1조원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019년부터 하락세다. 2019년 10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 이익을 달성했지만, 이후 2020년 867억원, 2021년 743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6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누스는 신규시장 성장기반 구축 등 판매관리비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국 아마존에서는 재고가 전년 동기 대비 52%나 늘었고, 월마트 역시 같은 기간 28.8% 증가했다. 글로벌 물류난으로 해상 운송비가 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율이 떨어진 영향도 컸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 지누스 팝업스토어 전경. /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제조·유통·영업망까지 아우를 수 있고, 계열사들과 지누스의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실적 개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지누스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점·신촌점·미아점에 지누스 매장을 들였고, 현대백화점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에 지누스관을 오픈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과 부산점·충청점·킨텍스점·천호점·울산점·중동점 등에서 지누스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지누스는 전체 매출 중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매출 비중이 97%를 넘어선다. 이 가운데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매출 비중은 80% 이상이다. 국내 매출 비중은 1%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국내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온·오프라인 마케팅 강화, 유통망 확대는 물론 현대리바트, 현대L&C 등 그룹 내 리빙 부문과 제품 공동 개발 등 협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누스와 지속적으로 백화점과 계열사 간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전환에 따라 현대홀딩스를 중심으로 한무쇼핑이 주도하는 쇼핑사업, 현대백화점이 이끄는 백화점, 면세점, 지누스 등 역량이 강화할 수 있다”면서 “지누스를 중심으로 한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