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계열사 배당금 '영끌' 본격화···정기선 승계 위한 향후 시나리오는?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금·현물배당결정 공시 ‘속속’ 각 계열사 배당금 기반한 지주사 HD현대 배당여력도 확대 전망 지주사 HD현대 배당금은 정몽준→정기선 승계 위한 자금줄 역할

2023-02-07     이승용 기자
HD현대그룹 지배구조/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이 속속 현금·현물배당결정 공시를 띄우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지주사인 HD현대가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현대오일뱅크 등을 거느리고 있는 지주사 체제라 각 계열사들의 배당금은 HD현대로 모일 예정이다.

그동안 HD현대의 배당재원은 대부분 현대오일뱅크가 담당했다. 하지만 올해는 배당을 하지 않았거나 중단했던 각 계열사들이 배당에 동참하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배당여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가 실시하는 배당은 정기선 HD현대의 그룹승계 핵심 자금줄이기도 하다. HD현대는 올해부터 상표권 및 신사옥 임대수입도 각 계열사들로부터 수취할 예정이라 배당여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 HD현대 계열사, 속속 배당금 재개&확대 결정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 현대에너지솔루션, 현대건설기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현금·현물배당결정 공시를 잇따라 띄우며 배당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일 HD현대 자회사인 현대일렉트릭은 설립 후 최초로 현금·현물배당결정을 공시했다. 주당 500원으로 총 180억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HD현대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들도 배당계획을 공시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일 2년만에 배당 공시를 띄웠다. 주당 600원씩 총 67억2000만원을 배당한다. 2년전에는 주당 200원씩 22억4000만원을 배당했는데 2021년에는 적자를 내자 배당을 못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현금·현물배당결정 공시를 띄우지 않았지만 대신 현금·현물배당을위한주주명부폐쇄(기준일)결정 공시를 내 배당이 유력하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 IMM PE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삼호중공업 주식 464만 7201주(15.15%)를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80%에서 96%로 높였다. 향후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적극적인 배당이 예상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역시 배당을 공시했다. HD현대그룹은 건설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을 통해 이들을 거느리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3일 배당 재개를 공시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배당은 2009년 이후 14년만이다. 주당 240원씩 총 474억원을 배당한다.

현대제뉴인 산하 다른 자회사인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3년만에 배당을 했는데 올해는 배당을 더욱 확대한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도 1200원에서 1750원으로 올랐고 총 배당금 역시 229억원에서 319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HD현대를 대상으로 배당을 책임졌던 계열사는 현대오일뱅크였다. 현대오일뱅크는 회계연도 기준 2018년 2451억원, 2019년 2034억원, 2020년 951억원, 2021년 2961억원을 배당했고 지난해 6월에도 882억원을 중간배당했다.

지주사 HD현대는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각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기반해 고배당을 실시해왔다. 2020년 회계연도에는 별도기준 순이익 864억원을 냈음에도 이보다 많은 2615억원를 배당했고 2021년 회계연도에는 별도기준 순이익 5021억원 가운데 3922억원을 배당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HD현대 배당은 정몽준→정기선 경영승계 재원

HD현대의 배당금은 HD현대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 문제다. 현재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지분은 5.26%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이자 정 사장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지분은 26.6%에 달한다.

현재 정기선 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2018년 3월 KCC가 보유한 지분을 3540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3540억원 가운데 정 이사장이 현금으로 3000억원을 증여했고 나머지 500억원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주식담보 대출 형태로 조달했다. 정 사장은 그동안 15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연부연납 방식으로 갚아왔다. 핵심 재원은 근로소득 외에 HD현대 배당금이다.

정 사장이 나머지 정 이사장의 지분을 무난히 물려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배당금이 필요하다. 이날 HD현대 종가는 5만9600원으로 정 이사장의 보유지분은 대략 2500억원가량이다. 상속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1000억원을 훌쩍 넘는 현금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지주사 HD현대 배당 확대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HD현대그룹은 계열사 배당금 외에 HD현대 배당여력을 추가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말부터 임대료와 상표권으로 수입원을 다양화했다.

HD현대그룹은 지난해말 CI를 교체했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각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수입을 받는데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5개 회사에서만 올해 상표권 사용료로 총 255억원을 받는다. 향후 3년간 상표권 수익 합계는 총 813억원에 달한다.

HD현대그룹은 17개 계열사의 연구 인력과 경영직군에 소속된 5000여명을 지난해 완공한 분당 신사옥(GRC)으로 입주시켰다. 신사옥 주인은 HD현대다. 지주사가 각 계열사들로부터 임대료를 수취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연간 320억원 정도의 상표사용료와 400억원가량의 임대수익이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라며 “HD현대 배당금이 주당 500원 상승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