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술 탈취에 공정위도 칼 빼들었다···롯데그룹 3곳 현장조사 실시
공정위, 롯데지주·롯데헬스케어·캐논코리아 현장조사 알고케어, 지난달 말 공정위에 롯데헬스케어 신고 중기부도 행정조사 예고···"기술침해 여부 가를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이어 공정위까지 정부 부처가 잇따라 칼을 빼 들면서 업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헬스케어 사옥을 찾아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롯데헬스케어와 함께 롯데지주와 캐논코리아도 함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캐논코리아는 롯데헬스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의 제작을 맡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지난달 말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롯데헬스케어를 공정위에 신고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알고케어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 '뉴트리션 엔진'을 선보였다. 뉴트리션 엔진은 CES에서 3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을 인정받아 올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행사에서 롯데헬스케어가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와 연동된 '캐즐(CAZZLE)'을 신제품으로 소개하면서 두 제품의 유사성이 도마에 올랐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곧바로 아이디어 도용 피해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2021년 9월 알고케어에 사업 협력 및 투자를 제안해 미팅을 진행하며 뉴트리션 엔진 기술을 접했다. 이후 협상이 결렬되자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핵심 아이디어를 베낀 제품을 내놨다는 주장이다.
다만 롯데헬스케어 측은 알고케어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알고케어가 주장하는 핵심 디스펜서 기술은 이미 해외에 출시된 보편적인 기술이라는 주장에서였다. 그러나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의 필키는 해외에서 보편화된 필(영양제) 디스펜서와 다르다"며 "영양제 카트리지에 토출 유닛을 결합해 디스펜서에 장착한 알고케어 디스펜서 형태와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이후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를 사업활동 방해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앞서 중기부는 알고케어가 해당 의혹을 고발한 지난달 18일 즉각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알고케어에 기술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과 전문 변호사 등을 파견해 즉각적인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후 롯데헬스케어와도 행정조사를 진행하기 전 사전조사를 위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사전조사를 통해 롯데헬스케어의 기술 침해 여부를 조사 중이며, 본 행정조사 진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또 한 차례 롯데헬스케어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중기부뿐 아니라 다른 기관도 이번 기술 침해 논란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함께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