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다시 열린다”···봄부터 글로벌 석유 수요 상승 전망에 정유업계 '활짝'
올해 中 원유수요 일평균 100만 배럴 전망···2021~2022년의 8배 수준 국내 정유업계, 일제히 석유제품 증산 계획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코로나19로 닫혔던 중국의 문이 다시 열릴 전망이다. 봉쇄 정책을 순차적으로 해제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현지 경제에도 다시금 활력이 돌 것으로 관측된다. 원유 수요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올해 봄부터 중국이 국제유가 및 글로벌 석유 수요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점차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성수기에도 예전과 같은 고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시행 등으로 국제유가가 과거처럼 100달러를 넘어가는 등의 폭등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4.63달러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70~80달러를 횡보하는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장기화 등으로 경기침체라는 원유 수요 위축 우려가 시장에 큰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봉쇄 조치 완화가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시기는 올해 1분기부터라고 본다. 이 시기가 되면 국제유가의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국민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반대 시위로 인해 닫혔던 문을 조금씩 열기로 했다. 단계적으로 봉쇄 정책이 해제됨과 동시에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원유 수요는 올해 봄부터 연말까지 일평균 1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2021년 일평균 15.3만 배럴 ▲2022년 15.2만 배럴 등과 비교하면 약 8배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측은 국내 정유업계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23 산업전망’에서도 한국의 산업군 중 올해 전망이 비교적 좋은 업종으로 정유가 꼽힌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중국발 국제원유 상승이 정제마진의 급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 바로미터가 되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기준 배럴당 10.5달러다. 중국 수요 회복에 올해 1분기에는 15달러대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정제마진 상승과 함께 중국의 석유제품 수입량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수요 위축에 감산까지 고려하며 ‘실적악화’란 성적표를 받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폭등했던 지난해 상반기 수준은 아니지만, 유가가 바닥을 찍고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의 석유제품 수입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면서 재고파악 및 생산량 증가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이전까지는 중국이 가장 많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중국향 석유제품 수출 비중은 36.9%로 두 번째로 많은 일본(14.4%)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러나 봉쇄 정책이 본격화된 지난해 3분기를 보면 중국 수출량은 6.6%에 불과하다. 호주(20.6%)와 싱가포르(13.3%), 말레이시아(7.3%), 필리핀(6.9%) 등보다 적은 수준이다. 업계는 코로나19 봉쇄 정책 완화로 중국이 수입량을 크게 늘려 국내 석유제품 수출 비중 1위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