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기대반 우려반
새해부터 소비기한으로 바뀌어···순차적으로 적용 중 기존 포장지 폐기 등 고려해 올 한해는 계도기간으로 운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부터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하는 ‘식품 소비기한 표기제’가 시행된다. 우유류를 제외한 식품에 소비기한이 표시되면서 식품 폐기물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식품사들은 일찌감치 소비기한 표기제 준수를 위해 제품 준비에 나섰지만,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 혼선도 우려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새해부터 식품 포장재에 표시하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소비기한제를 시행한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했을 때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다. 대다수 식품은 기존 제조·유통사가 식품을 제조·포장한 뒤 판매할 수 있는 유통기한보다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유통기한은 제조·유통사가 품질 안전 한계 기간 대비 50~70% 지점으로 설정한다. 이로써 유통기한이 지난 후에도 일정 기간 내 섭취가 가능하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대상, 동원F&B 등은 이미 일부 제품에 소비기한 표시를 도입했다. 그러나 시행 초기, 기존 포장지 폐기에 따른 자원 낭비 등이라는 점에서 올 한해는 계도기간으로 운영한다. 식품업체들은 신제품을 시작으로 안전성 검사를 거쳐 순차적으로 제품에 소비기한을 도입할 계획이다.
식약처와 업계가 소비자들의 혼선을 예방하기 위해 소비기한 도입의 계도기간을 두면서 아직 대다수 식품 포장재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었다.
기자가 이날 대형마트를 방문해 확인해보니 대부분의 판매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중 어떤 것으로 표기돼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는 “유통기한이 긴 제품을 더 구매하게 된다”면서 “그동안 유통기한이 지나면 바로 버렸는데 기한이 더 길어지면 더 오래 둘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도 “하루 이틀 정도 지난 건 먹었는데 좀 오래됐던 것은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도 이 표시가 유통기한인지 소비기한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니까 헷갈린다”고 했다.
자취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은 “1인 가구는 마트에서 제품을 사면 양이 많아 버리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소비기한으로 되면 버리게 되는 양이 줄어들 것”이라며 “안그래도 어제 집에 있던 유통기한 지난 요구르트를 마셨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기한을 두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동시에 음식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다는 점에서 기한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기자가 마트에서 확인해보니 많은 제품들이 앞면에 날짜만 표시하고 있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기자가 마트 직원에게 “소비기한으로 적용된 것이 맞냐”고 묻자 직원은 “아마도 소비기한으로 바뀌었을 것”이라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라면, 우유 등은 소비기한을 적용하지 않았다. 제품 품질과 안정성을 위해서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우유, 치즈 등 유제품은 냉장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해 8년간 유예기간을 둔다”면서 “라면도 충분한 실험을 거친 후 소비기한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어 유통 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것에 소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