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스타트업 IPO 출격 예고···"수익성 나쁘면 공모 불가능할 것"

컬리·오아시스·블루포인트 IPO 눈앞 시장 악화에 기업가치 줄줄이 하락 "수익성 나쁘면 몸값 낮춰도 IPO 어려워"

2023-01-03     염현아 기자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일정 연기가 어려워진 스타트업은 증시 입성을 위해 몸값을 낮추는 밸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스타트업이 올해 코스닥 상장 출격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금리 인상 등 시장 악화와 한국거래소 심사 지연으로 당초 일정보다 늦춰졌지만, 상장 마감 기한이 다가오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밝힐 전망이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국내 새벽배송 업계 1·2위인 컬리, 오아시스가 지난해 줄줄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1호 상장사 타이틀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여전히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컬리다. 지난해 8월 상장예심을 통과한 컬리는 6개월 후인 내달 23일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 업계에선 수월한 일정 소화를 위해 늦어도 이달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간 시장의 반등 시기를 기다려 왔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컬리는 아직 상장 여부나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컬리 관계자는 "아직 타이밍을 보고 있는 단계"라며 "현재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장 여부를 확정지어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컬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익성 악화다. 2017년부터 지난 2021년까지 매출과 영업손실이 함께 늘고 있다. 영업적자는 2017년 124억원에서 2021년 2177억원까지 불어났다. 기업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2021년 12월 프리IPO 당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재 4분의1 토막이 났다. 장외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1533억원이다. 

컬리·오아시스의 기업가치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컬리와 달리 유일하게 설립 이래 흑자를 내고 있는 오아시스도 기업가치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1조1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재 7900억원대로 떨어졌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몇천억씩 떨어진다면 상장 추진은 어렵겠지만, 현재 주관사와 소통하며 기업가치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공모가를 높게 책정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커머스 1호 IPO' 경쟁에 대해서도 "1호 타이틀이 탐나긴 하지만, 이걸 위해 일정을 앞당길 필요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국내 1호 액셀러에이터 상장사에 도전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증권신고서 제출로 속도가 가장 빠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피어그룹(이미 상장한 비교기업)의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블루포인트의 공모주 산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에서다. 

블루포인트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희망공모가 밴드를 주당 8500만원~1만원, 목표 시가총액은 1068억~1257억원으로 잡았다. 지난 2020년 프리IPO 당시 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약 2년 전 기업가치를 희망공모가 하단 기준으로 삼은 만큼 자체적인 밸류 조정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희망 공모가 산정 시 피어그룹의 기업가치 등을 반영하고 있어 고평가 논란은 여전하다. 블루포인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52억원, 영업이익 124억원, 당기순이익 109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냈지만, 최근 VC기업들의 주가 급락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루포인트와 순이익 규모가 비슷한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지난해 2월 상장 당시 공모가를 8000원으로 잡았지만, 최근 주가가 반토막이 났고, 시가총액도 1430억원 규모에서 815억원으로 떨어졌다.

블루포인트 관계자는 "다양한 테크 스타트업들을 투자하고 있고,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며 "앞으로의 수익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희망공모가를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 스타트업이 몸값을 낮춰서라도 증시에 입성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IPO 담당자는 "시장이 급격하게 상승 모드로 갈지는 불투명하고, IB업계 전문가도 전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라도 이제는 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수익성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몸값을 낮춰도 공모 자체가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