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주권행사 강화’ 선언한 국민연금, 거침없는 구현모 앞 체면 지킬까
국민연금 사실상 구현모 사장 연임 반대 의사 밝혀···구 사장 최종 후보로 선정돼 주총 표 대결 가능성 구 사장 연임 성공해도 국민연금과 ‘불편한 동거’ 이어질 듯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구현모 KT사장의 연임 행보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내놓으며 오는 3월 KT 주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연금이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사실상 첫 시험대에 선 구 사장이 이를 뚫고 연임에 성공할 경우 국민연금 입장으로선 적잖이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연금은 소유분산 기업들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단 뜻을 재차 내비쳐왔다. 오너가 없는 KT, 포스코의 경우 사실상 견제나 경쟁이 덜 한 상황속에 사장들이 무난하게 셀프연임 해온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8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주로 재벌총수에 초점이 맞춰져 왔는데 소유분산 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는 어떤 것인지, 총수 기업에 적용하는 기준을 잣대 삼는 게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잇다. 김태현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연금개혁을 이끌 핵심인물로 평가되는 인사다.
이어 서원주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같은 해 12월 27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KT,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들이 CEO(최고경영자) 선임을 객관적,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셀프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KT에서 좋은 관행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구 사장의 연임 관련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 사장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쪼개기 후원’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은 규정상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적격 판단 이후 위원회에 복수후보 심사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의 기류를 의식해 복수후보와 경쟁해서 당선됐다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이 나왔다. 이후 구 회장은 결국 최종적으로 주총에 추천할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됐다. 서원주 본부장이 셀프연임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한 지 하루 만이다.
구 사장이 절차 중간에 복수후보와 심사 받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국민연금은 구 사장의 최종 후보 확정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내고 이 같은 절차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 본부장은 KT이사회가 구 회장을 최종후보로 확정한 당일 구 회장 후보 선정과 관련, “취임 인사 과정에서 말씀드린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구 사장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 또 다른 주주 현대차·신한은행도 국민연금과 표대결 할지 관심
결국 최종 결론은 3월 예정된 KT 주총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지금으로선 표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데, 국민연금은 KT 지분 10.35%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일반 주주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다만 또 다른 대주주인 현대차와 신한은행이 국민연금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반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사장이 국민연금 반대를 뚫고 연임에 성공할 경우 국민연금과 KT는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을 주주로 둔 한 대기업의 내부 인사는 “국민연금은 아무래도 주요 주주인만큼 회사는 주총 외에도 국민연금과 계속해서 접점이 필요한 경우가 많이 생기고 이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조 사장은 재선임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국민연금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을 끌어올리고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권 참여가 가능한 ‘일반투자’로 변경해 눈길을 끌었다. 조 회장은 최근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구 사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대한상의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재계에선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