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올해 예금액 최대 증가···5대 은행 166조원↑

전체 은행 정기예금 10월 말 186조원↑ 정기예금 58%, 4% 이상 이자 받아 대출금리 상승·2금융권 자금경색 등 부작용 발생

2022-12-25     이상구 기자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서울 본사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이상구 기자] 올해 기준금리와 더불어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역대 가장 많은 시중 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에 몰렸다. 최근 정기예금의 약 60%가 4% 이상 이자를 받을 만큼 예금이 매력적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22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이다. 지난해 12월 말 654조9359억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166조2467억원이 증가했다. 

5대 은행 정기예금은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 후 0%대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초저금리 시대 후유증에 따라 2019년 12월 말 646조810억원에서 2020년 12월 말 632조4076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같은 해 전체 22조5283억원 증가했다. 올해는 증가폭이 지난해 7배 이상으로 뛰었다. 

현재까지 5대 은행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액도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이 유력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5대 은행을 포함한 모든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올 들어 10월까지 186조 608억원 증가했다.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처럼 정기예금에 많은 시중 자금이 몰린 것은 투자 대상 중 가장 높고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예금은행 정기예금 절반 이상인 58%에 4.0% 이상 금리가 적용된다. 5.0% 이상 금리로 이자를 받는 정기예금 가입자 비중도 7.4%에 달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지난 10월까지 4% 이상 금리를 지급하는 은행은 없었다. 올 1월만 해도 가장 흔한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1.5 이상∼2.0% 미만이었다. 1년만에 정기예금의 일반 정기예금 금리대가 1%대에서 4%대로 3%포인트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올라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역(逆)머니 무브’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은행 정기예금에만 2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집중됐다는 것은 회사채나 증권사,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등으로 가는 돈 길이 막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최근 자금과 신용 경색 사태 요인 중 하나로 예금 금리 인상과 정기 예금 급증이 지목되기도 했다.

여기에 대출금리 인상도 부담 요인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COFIX)를 지표를 따르는데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금과 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 변동을 반영한다. 코픽스 변동에 큰 영향을 비치는 예금과 적금의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