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트러스톤운용, LF 지분 5% 보유공시···어떤 문제점을 보았나
22일 지분 5.04% 보유 공시···투자목적은 ‘일반투자’로 시작 LF, 고려디앤엘 활용한 편법승계 및 파스텔세상 사익편취 의혹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에서 행동주의펀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범LG가 기업인 LF(옛 LG패션) 지분을 5%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최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BYC 지분을 확보한 이후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LF에 대해서도 지배구조상 문제점들을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F는 그동안 구본걸 LF 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비상장 계열사들을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트러스톤자산운용 “이번엔 LF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LF 지분 5.04%(147만5119주)를 가지고 있다고 전날 공시했다.
투자목적은 ‘일반투자’다. 기업지분 보유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세 단계로 나뉘는데 일반투자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 경영권에 제한적으로나마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LF는 옛 LG패션이 지난 2014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돼 출범한 범LG가 기업이다. 구본걸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이며 구본걸 회장의 아버지는 구인회 창업주의 차남인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이다.
구자승 전 사장은 홍재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딸인 홍승해씨와 결혼해 구본걸 회장과 구본순, 구본진 등 3남과 딸 구은영씨를 낳았다. 구은영씨는 국적을 변경하면서 성을 이씨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승 일가는 LF로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왔고 구본걸 회장 일가와 구본순, 구본진 일가가 아직 계열분리를 하지 않고 LF울타리 안에서 지내고 있다.
구본걸 LF 회장의 LF 지분율은 19.11%에 불과하지만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지분율이 48.32%에 달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보유지분이 5%에 불과하고 최대주주 측 지분이 절대적이기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LF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기는 어려운 구조다. 결국 주주가치 훼손에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을 강조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선안을 포함한 주주제안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무엇을 문제삼을까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은 사안은 LF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 혹은 사익편취 의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LF는 지난 2020년 구본걸 회장 부부와 구 회장의 모친 홍승해씨가 보유주식을 자녀와 손주들에게 물려주면서부터 경영승계 준비를 본격화했다.
LF 경영승계에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계열사는 고려디앤엘이다. 올해 7월 LF네트웍스는 존속법인 LF네트웍스와 신설법인 고려조경으로 쪼개졌고 고려조경은 10월 4일자로 고려디앤엘로 상호변경했다. 고려디앤엘은 조경식재 공사, 부동산 개발, 토공사업 등을 영위하는데 주로 범 LG그룹으로부터 일감을 수주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의 최대주주는 구본걸 회장이었으나 지난 10월 장남인 구성모씨가 지분 91.58%를 가진 최대주주로 변경됐다. 최대주주 변경과 더불어 고려디앤엘은 LF주식을 꾸준히 장중매수하며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고려디앤엘의 현재 LF 지분율은 6.37%(197만5000주)까지 늘어난 상태다.
LF가 비상장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파스텔세상 역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파스텔세상은 닥스키즈, 헤지스키즈 등 아동복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말 기준 최대주주는 LF네트웍스의 100% 자회사인 트라이본즈로 지분 57.1%를 들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구본진 LF네트웍스 대표의 첫째 딸 구지수씨(18.84%), 구본걸 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경모씨(12.02%), 구 회장의 첫째 딸인 구수연씨(12.02%) 등이다.
LF네트웍스 역시 구본걸(15.64%), 구본순(13.12%), 구본진(10.83%), 구지수(6.91%) 구민정(6.55%), 구성모(7.34%) 구수연(6.43%) 구경모(6.68%) 등 LF그룹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가족회사다. 결과적으로 파스텔세상도 오너일가의 가족회사인 셈이다.
닥스, 헤지스는 LF의 주력브랜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LF가 주력브랜드의 서브브랜드 라이선스를 파스텔세상에 내준 것은 사적 편취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파스텔세상은 지난해 매출 1095억원, 영업이익 92억원 당기순이익 74억원을 냈다. 전년대비 매출은17.3%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218.2%, 당기순이익은 206.3% 급증했다. 이에 파스텔세상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60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