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달라진 세입자, 내년 입주물량 급등에 더 기세등등

내년 입주물량 30만2000여 세대···올해 대비 18% 증가 전망 입주물량 많으면 임차 세대 증가하며 임차인 모시는 분위기 거세질 듯

2022-12-21     노경은 기자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정보를 알리는 정보지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임대차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며 임차인 모시기가 어려워지자 임차인이 갑, 임대인이 을로 바뀐 분위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전국 입주물량이 약 20% 가까이 증가함에 따라 임차인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직방에 따르면 내년에는 전국에서 총 30만2075세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는 25만6595세대가 입주한 올해보다 18%가량 많은 수준이다. 수도권, 지방 모두 입주물량이 올해 대비 증가했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내년 15만5470가구(183개 단지)가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대비 9% 수준 늘어난 것이다. 지방은 올해보다 29% 많은 14만6605가구(230개 단지)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입주장에는 임차물량이 많이 나온다. 기존 임차수요가 새 아파트로 이동하거나, 고금리 등의 이유로 새 아파트 입주가 어려운 일부 집주인이 전세로 돌리는 영향이다. 대출금 마련을 위해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집주인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입주율은 66.2%로, 전달(72.5%) 대비 6.3%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8월 조사 이래 최저치다.

결국 물량은 많은데 이동하려는 수요는 적어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내리고 세입자를 위한 이사비 지원, 입주청소비 지원 등의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거래가를 보면 1~2년 전에 비해 수억씩 하락한 계약도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이달 중순 8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이는 2년 전인 2020년 12월 13억원에 계약된 것에 견주어보면 5억원이나 하락한 값이다. 세입자가 2년 계약 후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일부 돌려달라거나, 이사를 가겠다고 한다면 집주인이 이 차액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같은 면적은 2020년 12월 19억원, 올해 3월까지만 해도 20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이달 중순 12억4500만원까지 급락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인 만큼 한동안 세입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전셋값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입주물량 증가는 기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전세가격이 하락할 경우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인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건수도 역대 최고수준인 3719건이나 접수됐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시점에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임차인에게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게 하면서 임차주택에서 이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집값·전셋값 동반 하락 추세를 보면 집주인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레버리지 삼아 갭투자를 한 집이라면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 때, 온전히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목돈을 맡기느니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내는 편이 위험부담이 적어 전세 선호도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요층은 감소하는데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 대비 20% 가까이 증가하다보니 임차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