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가 부진 한샘, 자금 수혈에도 ‘언발에 오줌누기’

IMM PE·롯데, 한샘에 1000억원 자금 투입 구체적 활용 방안 안 나와···투자 손실 만회 의도 분석

2022-12-09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의 새 주인으로 올라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롯데쇼핑이 한샘에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주가 하락, 실적 부진 등을 겪고 있는 한샘에게 총 1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한샘은 본사 사옥 매각까지 앞두고 있어 IMM PE가 투자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9일 롯데쇼핑은 한샘에 359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달 롯데하이마트가 한샘에 69억원을 투자하면서 롯데가 한샘에 투자한 금액은 총 428억원이 됐다. IMM PE도 투자심사위원회를 열고 한샘에 572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샘 실적 추이. / 자료=한샘, 표=김은실 디자이너

앞서 IMM PE는 지난해 4호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4000억원을, 롯데는 약 3000억원을 출자해 한샘을 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나머지 자금 8210억원은 신한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분기별 LTV를 75~85%로 설정했다.

다만 한샘은 인수되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약화로 인한 주가, 실적이 하락했다. 그 결과 LTV 기준치 85%를 넘어서게 됐다. 한샘의 실적이 하락세를 탄 시기는 공교롭게도 사모펀드에 인수된 시기와 맞물린다. 한샘은 올해 1~3분기 실적 하락이 이어졌다. 한샘의 올 1분기 매출은 5260억원에서 3분기 4773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1분기 100억원 흑자에서 3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또 한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한샘 주가는 조창걸 전 명예회장이 매각에 나선 시점인 지난해 7~8월만 해도 12만원대에 달했지만 현재 4만7000원대다. 매각 직전 3조원에 육박했던 한샘의 시총도 현재 1조1261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유통업계에서는 한샘에 투자된 1000억원을 두고 자사주를 매입해 주당 단가를 낮추고 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는데 활용할 것으로 추측됐다. 한샘은 미래 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 사옥 매각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업계에서는 한샘이 확보한 자금으로 IMM PE가 투자 손실을 만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샘 관계자는 “투자받은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 정해진 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여기에 한샘과 롯데쇼핑의 협업 사례 역시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한샘은 지난 5월부터 롯데그룹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채널에 한샘 매장이 오픈된 사례 외에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또 증권업계에서는 한샘 실적이 정상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원가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원부자재값, 물류비 등이 지속 상승하고 있고 주택(아파트)매매 거래량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한샘은 내년 1월2일부터 부엌·수납 일부 품목에 대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원자재값, 물류비 상승 등이 이유다. 앞서 지난 2월 한샘은 창호와 도어 등 품목을, 3월은 부엌, 욕실 관련 품목의 가격 인상을 조정했다. 4월에는 소파·침대·책장 등 인테리어 가구 주요 품목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고 8월에는 유로505와 유로602 시리즈 프레임 가격을 5~10% 인상, 9월엔 창호·도어·마루 등 건재 품목 가격을 최대 7% 인상한 바 있다.

또 한샘은 실적 반등을 위해 디지털 전환과 시공 품질 강화, 고객 경험 혁신, 브랜드 마케팅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한샘은 이사 없이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공간별 리모델링 패키지’와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고 시공하는 ‘무한책임 시공’ 등도 진행 중이다. 특히 김진표 한샘 대표는 실적과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한섬 실적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택 가격의 연착륙을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는 있으나 현재의 매크로 상황에서 극도로 경직된 주택 시장이 언제쯤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막연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