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포르쉐도 성에 안차”···불황 모르고 커지는 ‘슈퍼카’
수입차 시장 침체 속 벤틀리·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 등 초고가 브랜드 급성장 람보르기니 한국 판매량 글로벌 8위···롤스로이스 팬텀, 아태 지역 판매 1위 법인차 악용 문제 여전···번호판 차별화 정책 아직 시행 미시행·실효성도 의문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이 반도체 대란 및 고금리 등으로 인해 주춤한 가운데, 수억원을 넘는 슈퍼카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성장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차주들이 상위 브랜드로 갈아타면서 포르쉐가 성장한 것처럼, 기존 고가 브랜드 차주들이 초고가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누적 기준 전년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곳은 벤츠, BMW,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5개 브랜드 뿐이다. 벤츠와 BMW의 경우 올해 국내 수입차 1위 자리를 두고 물량전을 펼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초고가 브랜드 성장이 눈에 띈다.
벤틀리의 경우 올해 746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54% 늘었고, 람보르기니는 356대로 10.2%, 롤스로이스는 219대로 3.8% 각각 증가했다.
지난 2018년엔 람보르기니 11대, 벤틀리 215대, 롤스로이스 213대에 그쳤으나, 매년 성장을 반복하며 4년 만에 람보르기니는 30배 이상, 벤틀리는 3배, 롤스로이스는 2배 이상 판매가 늘어났다.
국내 초고가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해외 본사에서도 한국 챙기기에 나섰다. 특히 람보르기니의 경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 시장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국내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루스S의 경우 글로벌 공개 이후 한달만에 한국 시장에 나왔다. 람보르기니 한국 판매는 전세계 8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시 행사를 스테판 윙켈만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회장이 직접 챙기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람보르기니 고객들은 차량 인도까지 약 18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한국은 24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롤스로이스도 지난달 ‘팬텀 시리즈 II’를 출시하며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팬텀이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라며 “작년엔 팬텀 판매량이 전년대비 67% 늘어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자동차는 부와 성공의 상징이자,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VVIP들은 고급차 구매를 통해 남들과의 차별화를 원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비싼 차는 더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고가 차량 대부분이 법인차라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1~10월 초고가 브랜드 법인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람보르기니 264대, 벤틀리 535대, 롤스로이스 182대로 전체 판매량 대비 각각 84.9%, 77.4%, 92.4%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시장 평균 법인차 비율(39.8%)을 훌쩍 넘는 수치다.
법인차는 업무용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사용한 비중만큼 지출로 처리해 해당 비용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법인차는 업무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법인차 대부분은 이 규정을 악용해 각종 세제혜택을 받으면서도, 회사 대표나 대표 가족들의 개인용 차로 사용되는 문제가 많아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선거 공약으로 법인차 번호판 색을 연두색으로 바꿔, 법인차량을 구분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정책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한 해당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필수 교수는 “애초에 슈퍼카가 업무용으로 사용될 일이 없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정도면 사실 충분하다”며 “번호판 색상 변경을 사회적 윤리를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해외처럼 우리나라도 근본적으로 법인차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