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박홍배 단독 출마한 금융노조위원장 선거···영업시간 정상화 멀어지나

박홍배 현 금융노조위원장 연임 도전 과반 이상 찬성표 얻어 당선 시 주 4.5일제 현안 놓고 사측과 대립 전망 금융권, 긴장 기류 감지···근로시간 단축 요구 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 어려워 "노사 합의 통해서만 영업시간 조정 가능···한 쪽이라도 완강히 반대하면 원상 복귀 불가능"

2022-12-07     김태영 기자
지난 9월 시중은행과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를 포함한 금융노조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융노조의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오는 15일 치러지는 금융노조위원장 선거에 박홍배 현 금융노조위원장이 연임에 도전하며 단독 입후보했다. 강경파로 꼽히는 박 위원장이 과반 이상 찬성표를 얻어 당선된다면 사측과 주4.5일제 도입 등 현안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노조 집행부 성향이 향후 기업 노사관계 경로를 결정하는 만큼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의 최우선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이 전면에 내세워진다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됐지만 은행 영업시간은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은 한층 더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0월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협의체도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논의 일정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오는 15일 치러지는 금융노조위원장 선거다. 지난달 16일 입후보자 마감 결과 현 박 위원장이 단독 입후보했다. 금융노조는 은행 노조들의 상위기관이라 할 수 있다. 한국노총 내에서도 전국금속노동조합 다음으로 조합원이 많다. 조합원 수만 10만명이 넘는다. 금융노조 임원 선거에서 위원장 후보가 단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와 함께하는 러닝메이트로는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수석부위원장, 김재범 금융노조 공공정책본부 부위원장이 사무총장 후보로 각각 등록했다.

이번 선거는 박 위원장이 단독 후보로 이름을 올린 만큼 과반 이상의 찬성만 얻으면 앞으로 3년간 금융노조를 한번 더 이끌게 된다. 사측 입장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박 위원장은 대표적인 강성 성향의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금융노조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을 지내면서 사측인 KB금융지주 및 KB국민은행과 갈등을 빚어온 인사로 꼽힌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반대했고 과거 KB국민은행 총파업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 2020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대표 공약만 보더라도 사측과의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저지 ▲주 4.5일제 도입 ▲은행점포폐쇄금지법 입법 추진 ▲공공기관 탄압 분쇄 및 자율교섭 쟁취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 ▲관치금융 부활 저지 및 금산분리 원칙 사수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폐지 ▲금융노조 법률원 신설 ▲지부·협의체별 맞춤지원활동 강화 ▲금융 노사 사회공헌활동 강화 등 10대 공약을 내걸었다.

그 중에서도 최우선 공약은 주 4.5일제 도입이다.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와 각종 사고로 여론의 시각이 곱지 않지만 강성 집행부를 중심으로 주 4.5일제,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 근무조항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주 근무시간을 4.5일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주 4.5일로 단축하기 위해서는 오후 3시30분에서 4시로 영업시간을 복원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9월 총파업에서도 금융노조는 '주 36시간 근무(4.5일제 실시) 도입' 등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했으나 금융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파업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다수 후보들이 출마해 경쟁했던 금융노조위원장 선거는 아니지만 단독 후보로 출마해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공약을 내세웠다"며 "강성노조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분위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오히려 기존 시간으로 복귀가 아닌 단축 영업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금융권만 단축된 영업시간을 유지하고 있어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은 대면이 필요한 업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 급한 대출 업무를 봐야 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노사 협의를 통해서만 영업시간 단축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합의한 상태"라며 "한 쪽이라도 완강하게 반대하면 영업시간 원상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