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엎치고 파업 덮친 건설업계···“입주지연·지체상금 우려 커져”

부울경 건설노조 타설·레미콘 노동자 수천여명 파업 돌입 전국 콘크리트 타설 중단 우려···“혹한기라 공사 속도 더뎌” 정부, 노조에 ‘강대강’ 대치···“불법행위에 노사법치주의 실현”

2022-12-06     길해성 기자
건설업계에 비상이 벌렸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레미콘 수급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건설노조까지 동조파업에 합세하면서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레미콘이 동난 가운데 건설노조까지 파업에 가세해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파업에 참여 중인 시멘트 화물차 기사에 이어 타설 노동자까지 손을 놓으면 현장이 아예 멈춰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파업 기간이 길어질 경우 입주 지연을 물론 지체상금(보상금)을 물어야 하고 이런 피해는 협력사와 건설 근로자들에게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본부는 이날부터 화물연대 파업 지지를 위한 동조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미 전날 타설노동자 1000여명이 동조파업에 돌입했으며 8일부터 레미콘과 콘크리트 펌프카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다.

민주노총 부·울·경 건설노조는 화물연대를 향한 정부의 강경 대응에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지지 파업에 나섰다. 또 대법원이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화물연대를 사업자 단체로 간주한 것은 위법이라고 맞섰다.

이번 파업의 핵심 조직은 레미콘 분과다. 전국 2만6000여대의 레미콘 믹서트럭 중 약 1만여대가 소속됐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부울경에선 조합원에게 ‘5일부터 전 현장 전면 타설 중지를 요청한다’는 긴급 공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비율이 높은 세종시와 강원·광주·대전·충청 등에서 동조할 경우 건설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건설노조 경인본부도 전날 연대 파업에 나서며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건설업계에선 콘크리트 타설 중단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토부에 따르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지난주 시멘트 출하량은 평시의 8%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기준 46개 건설사가 공사 중인 전국 985개 현장 중 577곳에서 공사가 멈췄고, 지난 3일에도 전국 1269개 현장 중 751개 현장(60%)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건설 현장도 전체의 52.5%가 레미콘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지난달 29일 시멘트 운송 차량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건설 현장에선 여전히 레미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부산 동구 범일동 내 건설노조의 화물연대 동조 파업 관련 아파트 건설 현장을 점검했다. / 사진=연합뉴스

일부 현장에선 공기 지연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부산 동구 아파트 건설 현장은 공정률 87%에서 최근 레미콘 공급 차질로 작업이 10여일째 중단됐다. 운송개시 명령으로 일부 공정이 회복되는 듯했으나 건설노조의 동조파업으로 다시 공사가 멈췄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으로 시멘트 출하가 늘면서 레미콘 공급이 일부 재개됐는데 동조파업으로 공사가 다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 역시 이번 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둔촌주공은 지난 2일부터 일부 공사 현장이 콘크리트 타설에 들어갔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타설 공정이 전면 중단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하지만 최근 건설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또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현장 상황을 겨우 수습하고 있는데 다시 파업에 나서면 공사 현장은 다시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했다.

파업 기간이 길어져 공사가 지연되면 최악의 경우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현장이 나올 수 있다. 아파트 신축 현장의 경우 입주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혹한기에 접어들면 추운 날씨로 시멘트 양생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고민거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가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경우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며 “이런 피해는 협력사와 건설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혹한기가 다가와 공사에 속도를 낼 수도 없어 발주처에 공기 연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강력 대응을 예고한 만큼 건설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 업무개시명령을 발부받은 시멘트 화물차 기사가 운송을 재개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강경 방침을 재확인했다. 업무 재개를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위한 고발 조치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까지 모두 79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날 건설업계를 향해 “노조의 불법행위 발생 시 유관기관에 즉시 신고하면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신속한 수사 및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사법치주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