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베타' 치매藥 논란 잠식···"국내 개발사, 정면대결 쉽지 않아"
바이오젠 '레카네맙' 3상서 효능 입증···내년 초 FDA 승인 예고 "다중기전 치료제 개발사 아리바이오·젬백스, 틈새시장 노려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글로벌 빅파마들의 실패가 이어졌던 아밀로이드베타(Aβ) 기전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 중인 치료제가 처음으로 효능을 입증하면서다. 반면 '다중기전' 치료제로 차별화한 국내 개발사들이 치매 치료제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것이란 기대감은 옅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젠이 일본 에자이와 함께 개발 중인 '레카네맙'이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앞두고 있다. 임상 3상 결과 아밀로이드베타 기전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하면서다. 레카네맙은 위약군 대비 인지 감퇴 속도가 27%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아밀로이드베타 기전 치료제를 개발해온 다국적 제약사들은 잇따른 임상 실패로 타격을 입었다.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카누맙'은 지난해 6월 FDA 허가로 시장에 나왔지만 효능과 안전성 문제로 미국 보험 대상에서 제외됐다. 로슈도 '크레네주맙'에 이어 '간테네루맙'을 개발했지만, 모두 임상 3상 1차 평가지수를 충족하지 못해 실패했고, '솔라네주맙'을 개발한 릴리도 임상 3상에서 실패해 개발을 중단했다. 이후 릴리가 개발한 '도나네맙'은 최근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아밀로이드 플라그 제거율이 38.5%로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3.8%)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아밀로이드베타 가설' 조작 의혹까지 나오면서 근본적인 개발 방향까지 손봐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아밀로이드베타가 신경세포에 쌓이면 인지 기능이 저하돼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내용이 조작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레카네맙의 유효성 입증으로 이들 빅파마의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에 기반한 치료제 개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반면 이들 빅파마와 달리 다중기전 치료제로 정면 대결을 목표했던 국내 기업다소 제동이 걸렸다. 아리바이오와 젬백스앤카엘은 아밀로이드베타 기전에 다양한 기전을 더해 다중기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빅파마들의 개발 실패가 잇따르면서 후발주자인 국내 개발사들의 성공 가능성에 기대가 높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 기전 주요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은 후기임상까지 가서 데이터가 많은 아밀로이드베타 기전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임상에 성공해서 기존 아밀로이드베타 기전 치료제보다 월등히 높은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면 어느 정도 비교될 수는 있겠지만, 기전이 달라서 다른 종류로 볼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기형 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도 "아밀로이드 가설이 조작됐어도 아밀로이드베타가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근본적인 팩트가 변하지는 않는다"며 "아두카누맙에서 레카네맙으로 치료 효과가 개량되고 있는 만큼 아밀로이드베타 기전 치료제가 메인(주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기획이사는 또 "국내 기업들이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하길 기대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 치료제에 정면 대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아리바이오는 아밀로이드베타뿐 아니라 치매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을 표적해 제거하고, 신경세포 시냅스를 강화하는 등 여러 기전으로 먹는 치매 치료제 'AR1001'를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3상 투여를 시작했다. 현재 상용화됐거나 개발 중인 약물보다 인지 감퇴 속도를 늦춰 차별화된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