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팩토리 국내 유치 가능할까···노조 리스크·높은 인건비가 문제
국내 자동차 노조 강성으로 분류···고용 유연성 중시하는 테슬라에겐 부담 경쟁국 대비 기가팩토리 유지 인건비 높아···저가로 제품 출시 어려워 내수 규모 한계 및 지리적 이점 부족도 국내 유치 어려운 요인으로 지목돼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한국이 테슬라 기가팩토리 건설 후보지로 거론되며 국내 유치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노조 리스크 및 비용적인 문제로 국내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가팩토리 국내 유치를 위한 지자체별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했으며, 강원도는 충전인프라 구축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경북 포항은 철강 및 2차전지 기업과의 연계 가능성과 물류 이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면담 과정에서 한국을 기가팩토리 설립 후보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가 한국을 후보지에 포함한 것은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고질적인 노조 리스크는 기가팩토리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 노조가 강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생산효율을 중시하는 테슬라가 국내에 공장 설립을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테슬라는 단순한 공정과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를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노조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GM의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한국GM 비정규직 노조는 회사에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카허 카젬 전(前) 한국GM 사장에게 불법파견 혐의로 실형을 구형했다.
고용유연성을 중시하는 머스크 CEO 입장에선 이러한 국내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비용적인 문제도 한계로 지목된다. 기가팩토리 건설 후보 지역으로 언급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 비교했을 때 국내 인건비는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을 위해선 저렴한 판매가격 형성이 중요한데, 높은 인건비는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리적인 이점도 부족하다. 비록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내수 규모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세계 인구수가 4위에 이르며, 자원이 풍부하고,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접해 한국보다 기가팩토리 유치에 유리하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업을 통한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김일환 울산테크노파크 단장은 “국내 배터리 기업의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가격경쟁력은 중국 업체에 뒤처진다”며 “아시아 지역에선 저가형 모델 판매가 중요한 만큼, 국산 배터리보다는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의 선전에도 노조 리스크, 높은 인건비, 내수 시장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국내에 기가팩토리가 건설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