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보다 저렴하고 출고 빠른 ‘K8’···왜 반사이익 못보나
K8, 가솔린 모델 출고까지 2~4개월 소요···1년 걸리는 신형 그랜저보다 빨라 파워트레인별로 신형 그랜저 대비 309만~604만원 저렴해 고급차 이미지 부족이 걸림돌···올해 1~10월 3만6711대 판매 그쳐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이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시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매가격과 빠른 출고 기간을 특징으로 하는 기아 K8이 주목받는다. 다만 K8은 유리한 판매 조건에도 눈에 띄는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 가솔린 모델의 출고까진 1년 이상이 소요된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고 기간은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진 않았지만, 가솔린 모델보다 출고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8의 출고까진 가솔린 모델 2~4개월, 하이브리드 10개월이 소요된다.
판매가격 역시 K8이 낮다. 신형 그랜저의 시작 가격은 파워트레인별로 K8보다 309만~604만원 비싸게 책정됐다.
신형 그랜저의 판매가격은 2.5ℓ 가솔린 모델 3716만원, 1.6ℓ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 4376만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아직 친환경차 세제혜택 금액이 공시되지 않았다. K8의 가격은 2.5ℓ 가솔린 모델 3318만원, 1.6ℓ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 3881만원이다. 마찬가지로 친환경차 세제혜택은 제외된 가격이다. 2.5ℓ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은 각각 398만원, 495만원 차이가 난다.
다만 일각에선 K8이 유리한 판매 조건에도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대형 세단으로서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K8은 신형 그랜저가 출시되기 전부터 5m가 넘는 큰 차체 길이와 고급스러운 실내공간을 장점으로 내세웠으나, 외부 디자인과 관련해 중후한 느낌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올해 1~10월 기준 K8의 판매량은 3만6711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완전변경을 앞둔 그랜저 판매량 5만4359대보다도 2만대 가까이 적게 판매됐다.
준대형 세단 소비자는 소형차 소비자에 비해 가격 조건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신형 그랜저의 기본 사양이 이전보다 고급스러워졌다며 가격 인상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신형 그랜저의 네비게이션 디스플레이는 기존 8인치에서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또한 공조장치 조작 역시 디스플레이 조작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 등이 새롭게 적용됐다.
기아 브랜드 이미지가 고급 세단 판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기아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선 선전하고 있지만, 고급차 판매에선 현대차 및 제네시스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아의 플래그십 모델 K9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1~10월 K9의 판매량은 5361대에 불과하다. 우수한 승차감과 차량 성능, 대형 세단 대비 합리적인 판매가격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9의 판매 시작가는 5880만원이다.
전문가들은 기아의 고급 세단 판매 강화를 위해선 별도의 브랜딩화를 통해 인지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K9의 경우 특히 완성도가 높은 모델인데, 대중에게 프리미엄 차량으로서 인지도가 부족하다”며 “K8 하이브리드나 K9 등은 오피러스처럼 별도 모델로 만들어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