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바이오,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시장 진입···바이오벤처 한계 극복할까

피플바이오,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브랜드 '알츠온' 론칭 "전국 병의원으로 치매 조기진단 서비스 확대할 것"

2022-11-28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피플바이오가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 혈액검사 마케팅 강화와 병의원 공급망 확대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바이오벤처 특성상,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보다 시장 내 입지가 약하다. 이에 일각에선 유통·영업력 한계에 따른 성과부진 우려가 제기된다. 피플바이오가 치매 조기진단제품 개발 성공과 별개로, 상용화 이후 수익성 강화라는 새로운 장벽을 마주했다는 평가다. 

피플바이오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검사 개발 연혁./ 표=정승아 디자이너

28일 업계에 따르면 퇴행성 뇌질환 조기진단 전문기업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의 조기진단 제품을 알리고자 본격적인 마케팅 행보에 나섰다. 지난달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브랜드 ‘알츠온(AlzOn)’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인식 제고에 뛰어든 것이다.

앞서 피플바이오는 2009년부터 치매 조기진단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2018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키트에 대한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받으면서 세계 최초로 혈액 기반 치매 조기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지난해 말엔 알츠하이머병 신의료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달 피플바이오가 론칭한 혈액검사 브랜드 알츠온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올리고머화(응집화) 정도를 측정해 해당 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검사다. 임상 시험 결과 민감도 100%, 특이도 92%를 기록했다.

◇ 2018년 치매 조기진단 상용화에도 줄곧 적자

2018년 피플바이오가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제품 개발에 성공할 당시, 신제품 출시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국내 1호 치매 조기진단제품인 만큼 회사의 캐시카우가 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목할만한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피플바이오의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는 2020년 보건소 시범사업을 통해 국내 매출액 4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매출은 89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적자는 2020년 45억원에서 지난해 72억원으로 확대됐다. 올 상반기 영업적자는 43억원으로 집계됐다. 피플바이오의 전체 매출에서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 비중은 90%를 넘어간다.

피플바이오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엔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에 대한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기 전이었다. 따라서 검진센터와 보건소 위주로만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식약처 품목허가가 난 의료기기를 일반 병의원으로 공급하려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신의료기술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다만 2020년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건소 검사 수요가 코로나19 진단검사로 쏠리게 됐다. 사실상 시범사업이 철회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피플바이오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 제품./ 사진=피플바이오

◇ 대형 수탁기관과 협력, 가격·편의성 경쟁력 모색

피플바이오는 지난해 말 신의료기술 인증을 획득하면서 올해부터 전국 검진센터를 포함한 상급 병원으로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피플바이오는 국내 대형 검사수탁기관과 협력해 전국 병·의원 영업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엔 GC녹십자의료재단, 씨젠의료재단, 이원의료재단, 삼광의료재단, SCL서울의과학연구소와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서비스를 론칭했다. 대형병원 위주로 검사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고 순차적으로 일반 병의원 및 클리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치매 진단시장 침투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피플바이오의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제품 소비자 가격은 10만원대로 예상된다. 기존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치매 검사는 뇌척수 검사와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대표적이다. 뇌척수 검사 비용은 약 30만원에서 50만원대, 아밀로이드 PET 검사 가격은 국내 기준 120~180만원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알츠온은 간단한 채혈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치매 검사들 대비 비용 부담과 편의성을 개선한 것이 장점”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국내 대형 수탁기관들을 통한 상급병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플바이오는 2020년 11월 유럽 CE 인증 획득했다. 싱가폴에선 2021년 11월에 3년간 20억원 규모의 단일공급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싱가폴 현지 파트너사 ‘올에이츠(All-Eights)’를 통해 현지 보건과학처(HSA) 허가 신청도 마친 상태다. 내년 4월 허가 및 제품 등록이 완료되면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싱가폴 파트너사가 회사의 치매 조기진단제품에 대한 허가 신청을 완료해 추가 보완자료를 보내고 있다”며 “다만 알츠온 론칭에 따른 브랜드 인식 제고가 가장 시급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진 국내 영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