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證, 지난해 당기순이익 6위에서 올해 1위 증권사 도약
3분기 누적 순이익 6583억원으로 1위···사상최초 연간 순이익 1위도 가시권 부동산PF 리스크 성공적 관리···매년 꾸준한 당기순이익 성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을 가장 많이 낸 증권사로 집계됐다. 다른 증권사들이 금리인상에 따른 동학개미 이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 부실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증권만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상 최초로 연간 당기순이익 1위 등극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매년 연간 당기순이익 1,2위 경쟁을 펼치며 구축했던 ‘양강’체제를 올해 메리츠증권이 끝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메리츠證, 3분기 누적순이익 1위 등극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잠정실적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에서 6583억원을 내며 1위 증권사에 올랐다.
2위는 신한투자증권으로 5703억원이었고 3위는 미래에셋증권으로 5651억원이었다. 그 뒤는 한국투자증권(4392억원), 삼성증권(4120억원), 키움증권(3739억원), KB증권(3092억원), 하나증권(2847억원), NH투자증권(2338억원) 순이었다.
3분기만 당기순이익만 놓고 보면 신한투자증권이 3813억원으로 1위였고 메리츠증권이 2175억원으로 2위였다.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사옥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세전기준 4400억원)이 반영된 일시적 결과다.
메리츠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 2175억은 전년동기대비 13.8% 늘어난 것으로 미래에셋증권(1044억원)이나 한국투자증권(905억원), 삼성증권(1234억원) 키움증권(1241억원), 하나증권(1464억원) 등과 현격한 격차를 보이는 실적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메리츠증권의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는 불안한 시선도 적지 않았다. 최근 레고랜드발 사태로 부동산 PF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및 본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가장 큰 증권사였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이 90.6%에 달한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의 95%를 안정성이 높은 선순위 대출로 구성하는 등 리스크관리에 힘을 기울였고 이 덕분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 이하 자산 비율은 1.15%로 전 분기(3.28%) 대비 개선됐다.
◇ 메리츠證, 미래에셋-한투證 양강체제 깰까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매년 당기순이익이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증권사였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인 7829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의 당기순이익 순위는 2019년 3위에서 2020년 5위, 2021년에는 6위로 하락했다.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브로커리지 부문이 취약했기에 다른 증권사들이 최근 2년 동안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막대한 돈을 쓸어 담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순위가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학개미 열풍이 시든 올해 메리츠증권은 사상 최초 연간 당기순이익 1위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최근 5년 동안 매년 연간 당기순이익 1위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각축전이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1조4502억원, 미래에셋증권은 1조18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초로 연간 1조원을 돌파했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당기순이익 1위 등극은 4분기 성적표에 달려있다. 최대 변수는 미래에셋증권의 4분기 실적이 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격차는 932억원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11조원의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PF 익스포져가 약 1조8000억원으로 여타 증권사 대비 PF익스포져가 적다”며 “채무보증 보다는 에쿼티성 투자를 중점적으로 확대해온 만큼 추후 관련 이슈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자회사 홍콩법인 유상감자를 통해 2억5000만달러를 국내로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 관련 수익도 4분기 당기순이익에 반영될 것으로 분석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홍콩법인 감자를 통해 환차익이 반영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비시가성 자산의 재평가 손익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상당부분 축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